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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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오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나오면서 지난 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했음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이다.

8월 기준금리 인상이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시장은 이번 금통위에서 이일형 금통위원의 의견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 이 위원이 재차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낼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시장에선 8월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하고 있다. 지난주 채권시장에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대(지난 24일 기준 연 1.963%대)로 떨어지며 10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 투자은행(IB)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한은이 내년 4분기에나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이일형 위원의 소수 의견이 등장하며 기존에 시장에서 나돌던 8월 인상설은 대부분 철회된 분위기다.

미국이 다음달 25~26일(현지시간) 정책금리(연 1.75~2.0%) 인상을 기정 사실화해했지만 한은은 동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 나라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 포인트로 더 넓어질 전망이다. 2006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진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이론보다는 현실에 대한 압박을 더 크게 느끼고 있어 8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금리인상 역시 상당히 불확실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소 연구원은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 의견이 개진된 가운데 9월 미국 Fed의 금리인상 및 정부의 부동산 시장 과열 경계는 이론상 금리인상 요인이 맞다"면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고용과 내수경기 그리고 둔화되는 수출 증가율 및 향후 인민은행의 통화완화 기조 전환 가능성 등은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현실적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금리인상을 하기엔 현실이 녹록치 않다. 안팎에서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용 지표는 최악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지표를 보였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꾸준히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상당수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져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더욱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터키발 국제 금융시장 리스크도 있다.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 신흥국들에서 환율 불안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는 만큼 한은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문가들 대부분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고용지표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 강화됐다며 금리 보합을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그동안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 왔던 만큼 연내 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 총재는 최근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이일형 위원이 또다시 금리인상 불씨를 지필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이미선 부국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정부의 재정확대는 고용지표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 금리동결에도 금리인상 시그널은 보합 내지 강화가 예상된다"며 "금통위로서는 시장의 심리를 위해서라도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