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계곡'서 벤처기업 구하는 모험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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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모험자본
(2) 벤처기업 사다리 '스케일업 펀드'
창업 5년차 기로에 선 셀트리온
IMM이 백기사로 2000억 수혈
시총 35조 대기업으로 도약 지원
성장금융, 거래소 등과 함께
3000억 규모 스케일업 펀드 조성
대기업·모험자본 협력하는
반도체성장펀드도 등장
(2) 벤처기업 사다리 '스케일업 펀드'
창업 5년차 기로에 선 셀트리온
IMM이 백기사로 2000억 수혈
시총 35조 대기업으로 도약 지원
성장금융, 거래소 등과 함께
3000억 규모 스케일업 펀드 조성
대기업·모험자본 협력하는
반도체성장펀드도 등장
2002년 설립된 바이오시밀러 제약회사 셀트리온은 200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동물세포 배양 의약품 생산설비 승인을 받았다. 창업 5년 만에 세계 최대 바이오시밀러 시장인 미국에서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일만 남았지만, 시장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2008년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서정진 회장이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개인 빚을 내야 할 정도였다.
이때 토종 모험자본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백기사로 등장했다. IMM은 2008년 셀트리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수년에 걸쳐 셀트리온과 자회사들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 시가총액 35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IMM의 투자는 ‘잭팟’으로 이어졌다. ◆모험자본이 키우는 중견기업
셀트리온이 2008년 경험한 ‘죽음의 계곡’은 대부분 창업 기업이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초기 자금이 바닥나 창업 3~5년 사이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을 말한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성장을 지원하는 이른바 ‘그로스(growth·성장) 펀드’가 모험자본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등 기관투자가들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관련 펀드를 속속 조성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이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스케일업펀드’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의 이 출자 사업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브레인자산운용과 키움 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운용사로 선정됐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한 회사당 30억~50억원씩 투자해 운용사당 최대 15개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올해부터 3년간 8조원 규모로 조성 중인 ‘혁신모험펀드’도 혁신기업에 민간자금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톤아시아, 신영증권-우리PE, 아주IB투자, NH투자증권 등 선정된 운용사들의 펀드 설정이 벌써 마무리돼 가고 있다”며 “성장단계 투자에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주요 전략이 된 성장단계 투자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주로 하던 PEF 운용사들도 성장 단계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해 우진기전, KG패스원 등의 바이아웃 투자에 주력해 온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숙박앱 업체인 ‘야놀자’에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보험판매대리점 회사인 ‘A+에셋’에도 500억원을 넣었다.
토종 사모펀드의 맏형격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올해 초 32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스틱팬아시아4차산업그로스펀드’는 아예 성장 단계 투자를 핵심 투자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펀드는 상업용 업무공간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골드브릭스’의 소수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 캠시스의 베트남 법인 ‘캠시스 비나’에 27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교역할도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대고 모험자본이 이를 운영하는 형태의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0억원과 250억원을 출자해 반도체 분야 창업·성장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반도체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 운용사인 L&S벤처캐피탈은 지난 2월 반도체 팹리스 기업 ‘디에이아이오’에 2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투자 기업 발굴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이미 선정된 세 곳의 운용사 외에 추가로 한 곳을 더 선정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중견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함께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모험자본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가교 역할을 맡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이때 토종 모험자본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백기사로 등장했다. IMM은 2008년 셀트리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30억원어치를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수년에 걸쳐 셀트리온과 자회사들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 시가총액 35조원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IMM의 투자는 ‘잭팟’으로 이어졌다. ◆모험자본이 키우는 중견기업
셀트리온이 2008년 경험한 ‘죽음의 계곡’은 대부분 창업 기업이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초기 자금이 바닥나 창업 3~5년 사이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을 말한다.
죽음의 계곡에 빠진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성장을 지원하는 이른바 ‘그로스(growth·성장) 펀드’가 모험자본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등 기관투자가들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관련 펀드를 속속 조성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이 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고 있는 ‘스케일업펀드’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들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의 이 출자 사업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회사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브레인자산운용과 키움 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운용사로 선정됐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한 회사당 30억~50억원씩 투자해 운용사당 최대 15개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올해부터 3년간 8조원 규모로 조성 중인 ‘혁신모험펀드’도 혁신기업에 민간자금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할 전망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톤아시아, 신영증권-우리PE, 아주IB투자, NH투자증권 등 선정된 운용사들의 펀드 설정이 벌써 마무리돼 가고 있다”며 “성장단계 투자에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주요 전략이 된 성장단계 투자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주로 하던 PEF 운용사들도 성장 단계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해 우진기전, KG패스원 등의 바이아웃 투자에 주력해 온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숙박앱 업체인 ‘야놀자’에 소수 지분을 투자했다. 보험판매대리점 회사인 ‘A+에셋’에도 500억원을 넣었다.
토종 사모펀드의 맏형격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올해 초 3200억원 규모로 조성한 ‘스틱팬아시아4차산업그로스펀드’는 아예 성장 단계 투자를 핵심 투자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 펀드는 상업용 업무공간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제공하는 ‘골드브릭스’의 소수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 캠시스의 베트남 법인 ‘캠시스 비나’에 27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가교역할도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대고 모험자본이 이를 운영하는 형태의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0억원과 250억원을 출자해 반도체 분야 창업·성장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반도체성장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 운용사인 L&S벤처캐피탈은 지난 2월 반도체 팹리스 기업 ‘디에이아이오’에 2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투자 기업 발굴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한국성장금융은 이미 선정된 세 곳의 운용사 외에 추가로 한 곳을 더 선정해 총 2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중견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함께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며 “모험자본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가교 역할을 맡는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