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경제협력주와 바이오주가 번갈아가며 증시를 이끄는 테마주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약해진 사이 개인투자자의 영향력이 높아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테마주는 단기 변동성이 큰 만큼 장기적인 투자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경협株 지니 바이오 뜨네… 테마株 '시소 장세'
◆테마주 순환매 장세 뚜렷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로템은 3600원(-11.59%) 떨어진 2만745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4일 4만5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두 달 반 만에 32.31% 내려갔다. 이날 현대엘리베이터(-11.83%), 좋은사람들(-11.36%), 남광토건(-10.76%), 한라(-9.65%) 등 경협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줄줄이 떨어졌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이 취소됐다는 소식으로 경협주가 조정받았다”며 “비핵화 협상 진행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투자자의 관심은 제약바이오주로 향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9500원(4.23%) 오른 48만500원에 마감했다. 당뇨·비만 치료제의 임상이 빨라지는 등 신약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 덕분이다. 녹십자셀(4.56%), 제넥신(5.12%), 엔지켐생명과학(4.44%) 등 코스닥시장의 중소형 바이오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바이오주의 선전으로 코스닥지수는 2.81포인트(0.35%) 오른 801.04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800선을 넘은 건 지난달 18일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순환매 장세가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순환매란 상승하는 시장에서 업종별로 돌아가면서 주도주가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해 상승장을 이끈 정보기술(IT)주의 랠리가 주춤해진 이후 바이오, 남북경협 등의 테마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가 급등한 데 이어, 남북 정상회담 기대로 4~5월은 남북경협주가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점 대비 40% 이상 빠지는 등 바이오주는 대폭 조정받았다.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주가 주춤하자 다시 바이오주가 주목받는 모습이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외국인 수급이 좋지 않고, 기관의 신규 자금 유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단기 수익률을 추구하는 개인들의 힘이 세졌다”며 “개인들은 대형주, 실적주보다는 바이오, 남북경협주 등 테마주에 관심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지난해 46.68%에서 이번달 48.98%로 2.30%포인트 높아졌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 세워야

전문가들은 남북경협, 바이오주 등은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중장기적으로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는 정확한 기업가치 계산이 어려워 투자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며 “장기적으론 상승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진폭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은 중국 관련주, 개성공단·금강산관광·철도 관련주, 산업재·인프라 관련주, 내수주 등 4단계로 남북경협주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종전 선언이 더 쉬울 것”이라며 “올해 말까진 범중국 관련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질적 남북경협은 비핵화 단계 시작 이후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