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 폐지된 지 두 달 만에 다시 생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7일 전체 회의를 열어 유효기간 5년의 기촉법을 재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이 확정된다.

기촉법은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을 통해 부실 기업의 회생을 지원하는 제도다. 2001년 일몰 시한이 있는 한시법으로 도입된 뒤 네 차례 실효와 재도입을 반복했다. 지난 6월 말 네 번째로 일몰 폐지됐다.

기업 회생 돕는 '기촉법' 두 달 만에 부활
정무위는 이날 기촉법 재도입과 관련한 의원 발의 제·개정안 6건을 병합 심사했다. 기촉법을 재도입하되 일몰 시한을 3~5년으로 정하는 더불어민주당안과 기촉법을 한시법에서 상설법으로 바꾸는 자유한국당안 등이었다. 정무위 관계자는 “유효기간 5년의 한시법으로 재도입하자는 주장과 상설법으로 제정하자는 의견이 맞선 끝에 5년 한시법으로 합의를 봤다”고 했다.

정무위는 이날 다른 쟁점 현안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도 심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해 원내대표단 차원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야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워크아웃 실무에 참여하는 공공기관 및 민간은행 임직원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는 조항도 넣기로 합의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조건부 면책권을 줘야 한다’는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견이 반영됐다.

정무위 관계자는 “소위 논의 과정에서 면책 범위를 민간은행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며 “다만 공무원 면책은 감사원법에 관련 조항이 있어 기촉법엔 따로 명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자율협약과 달리 워크아웃은 금융 채권자의 75%만 동의하면 진행할 수 있어 기업 위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촉법에 따른 구조조정 절차인 만큼 강제성을 띠고 일사불란하게 이뤄진다는 것도 강점이다.

금융당국과 산업계는 법정관리가 채권단에 기업을 살리기 위한 신규 자금 지원을 강제할 수 없는 데다 모든 채권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해 신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6개 금융권 협회도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촉법의 조속한 재입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지난 20일 국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부 여당 의원은 기촉법이 기업 간 구조조정에 정부가 사사건건 개입할 수 있는 ‘관치금융’의 근거가 된다며 기촉법 재도입에 거세게 반대해 왔다. 이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한시법으로 재입법하면서 관치금융 지적을 받은 요소들이 사라졌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는데 관치금융이라 부를 요소가 없다”고 반박했다. 영국 일본 등도 사적 구조조정 추진 때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의 기촉법과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여야는 이날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원내대표 간 협의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정보통신기술(ICT) 중심 기업은 은행 소유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기업 규모와 총수의 범죄 경력, 사회적 신용 등으로 인터넷은행업 허가 요건을 정한 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시행령에 위임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의견차가 커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헌형/강경민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