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소득주도성장 내려놓고 방향 틀 때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취임 초 80%대에서 15개월이 지난 최근 56% 선으로 떨어졌다. 새 정부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에서 현실 경제로 내려온 국민들의 불안한 시선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

대학 교수는 강의 평가에, 정치인은 지지율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대학 교수의 경우 열심히는 했어도 강의 평가 결과가 박한 때가 많다. 그러면 교수들은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학생들을 원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학생들 평가는 예리하다. 학생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도를 나간다든지, 눈높이에 맞추지 않고 어렵게 강의할 경우 학생들은 철저하게 교수를 외면한다. 정치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 지속에 따른 피로감 누적, 답보상태에 빠진 북핵 대화 효과 감소, 일방적인 탈(脫)원전 정책에서 비롯된 폭염 속 블랙아웃 우려, 악화일로에 있는 고용대란 등으로 인해 국민들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배경이다. 물론 문 대통령 지지율 추이는 역대 대통령에 비해 나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하락세가 급격하고, 핵심 지지세력이던 진보층과 30대까지 크게 이탈해 향후 국정운영 동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까지의 정책 방향을 틀어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개선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우선 경제와 일자리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지지층의 요구와 대선공약 사항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고집하기보다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탈원전 정책 재검토 등의 조치를 시급히 취해야 한다.

요즘은 뉴스를 보기가 겁날 정도다. 지난 7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작년의 30만 명대에서 5000명으로 급감했고, 40대 가장 15만 명이 실직했다고 한다. 실직에 내몰린 가장들이 시작한 자영업은 10개 중 9개가 매출 부진 및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으로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다. 2분기 소득 양극화 수준이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자의 인건비 상승으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발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상반기 상장기업 영업실적이 전년 대비 3% 이상 줄었다는 뉴스는 미진한 규제완화로 무너지고 있는 우리 제조업의 실상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세계 100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 57개 업체는 한국에서는 각종 규제 때문에 사업을 시작조차 못하는 상황이어서는 곤란하다. 규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누구나 자유롭게 신사업을 할 수 있게 일단 허용하고 문제가 될 부분만 골라 규제하는 것이 맞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완화, 원격진료 허용 등은 후속 조치 불발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년 초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급격한 소득주도성장이 우리 경제에 초래할 부작용을 경고했다. 이제는 경제 정책 방향을 틀어야 한다. 소통과 협치를 외면한 일방적인 주행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키며 경제 비관론을 확산시켜 우리 경제를 더욱 더 빠져나오기 어려운 심연으로 가라앉게 한다.

베스트셀러 《파워풀》의 저자 대티 매코드는 “훌륭한 기업은 스포츠팀과 같아 매 시즌 선수를 평가해 최적의 인재를 골라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성과를 못 내는 선수를 교체하지 않으면 다른 팀원들이 실망해 팀 실적이 저조하게 되고 팬들도 급기야 떠난다고 말하고 있다. 의견이 다른 팀원 간 격렬한 토의는 하게 하되 최종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묻는 게 맞다. 청와대와 정부 경제팀의 엇박자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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