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단이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명예의전당에서 출정식을 했다. 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단이 지난 21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명예의전당에서 출정식을 했다. 연합뉴스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는 거라 많이 부담됩니다. 하지만 모두 믿을 만한 선수라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믿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최우범 감독이 지난 21일 출정식에서 던진 출사표다. e스포츠는 올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시범종목으로 채택돼 주목받고 있다. 세계 무대를 주름잡던 국내 스타 프로게이머들이 한 팀으로 뭉친 가운데 ‘금빛 사냥’에 성공할지 게임업계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6개 종목 중 2개서 본선 진출

스타 프로게이머 뭉쳤다… e스포츠 '원팀 코리아' 자카르타 금빛사냥
시범종목으로 들어간 게임은 LoL을 비롯해 ‘스타크래프트Ⅱ’ ‘하스 스톤’ ‘프로 에볼루션 사커(PES) 2018’ ‘펜타스톰’ ‘클래시 로얄’ 등 여섯 개다. 한국은 이 가운데 LoL과 스타크래프트Ⅱ 본선에 올랐다.

최 감독과 이재민 코치가 이끄는 LoL 대표팀에는 고동빈(스코어), 김기인(기인), 한왕호(피넛), 이상혁(페이커), 박재혁(룰러), 조용인(코어장전) 선수가 이름을 올렸다. 스타크래프트Ⅱ에서는 진에어 그린윙스 소속의 조성주(마루) 선수가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LoL 경기에서 한국은 중국, 카자흐스탄, 베트남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27일 조별 예선이 시작됐으며 28일 4강전, 29일에는 3·4위전과 결승전이 열린다. 스타크래프트Ⅱ는 8강전부터 결승전까지 30일 하루에 마무리된다. 대표팀 목표는 ‘두 종목 모두 금메달 획득’이다. 전문가들도 최근 3년 새 국제대회에서 최다 우승을 차지한 한국이 중국과 더불어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메달 가능성 얼마나 되나

스타크래프트Ⅱ 조성주 선수는 올 들어 한껏 물오른 기량을 선보인 바 있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 선수는 이날 출정식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높지 않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부담스럽지만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LoL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한국이 강한 건 분명하지만 상대할 선수들 기량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같은 A조에 편성된 중국은 올해 열린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과 ‘리프트 라이벌즈’ 등의 대회에서 한국을 누르고 우승했다. 잠재적인 맞수 중 하나인 B조의 대만도 수준 높은 팀으로 평가된다.

개인 대결인 스타크래프트Ⅱ와 달리 LoL은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싸운다. 중국은 한국 대표팀보다 긴 합숙훈련을 통해 연습량을 늘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선수들은 박재혁·조용인을 제외하면 제각각 다른 팀 소속이기 때문에 경기 당일 팀워크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국내 e스포츠산업에 상당히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게임업계의 숙원 사업인 ‘정식 체육종목화’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고,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게임이 많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일각의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고 규제 일변도 정책도 잘 바뀌지 않는다”며 “좋은 경기 결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현지 응원전도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한 한국게임산업협회는 대표팀의 ‘기’를 세워주기 위해 현지 응원단을 보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 등의 임직원 20여 명이 참여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 아프리카TV는 아시안게임 중계권을 확보해 e스포츠를 비롯한 주요 종목 경기를 생중계한다.

대표팀이 이번에 금메달을 따도 병역 면제나 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정식종목이 아니라 시범종목이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정식종목이 된다. 외신들은 최근 2024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 아시안게임을 발판 삼아 e스포츠를 메달 종목으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보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