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음대로 줄일 수 없는 의무지출 증가율 가팔라…절반 이상 유지될듯
세수 호조·재량지출 구조조정 불구 "길게 내다봐야" 지적도


복지 확대로 인해 예산에서 '의무지출' 비중이 2년 연속으로 50%를 넘어선다.

예산의 절반 이상은 이미 쓸 곳이 정해져 정부 마음대로 '칼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고령화·저출산과 같은 인구구조 문제로 복지 예산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며 정부가 운신할 폭이 제한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재량지출 구조조정에 힘을 쏟는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과도한 의무지출에 대비하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예산] 2년연속 복지예산 10% 증가… 의무지출 50% 시대 왔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안과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정부 재정지출 470조5천억원 가운데 의무지출은 241조7천억원, 51.4%로 전망된다.

정부가 쓰는 돈인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성된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건강보험·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률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예산을 말한다.

정부가 원한다고 삭감할 수 없는 예산이다.

재량지출은 국회가 허락한다면 매년 신축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전체 정부 지출 중 의무지출 비율은 올해 50.6%를 기록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고 내년까지 2년 연속 50%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삶의 질 개선 등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의무지출로 볼 수 있는 복지 분야 지출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히 상승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9%(정부안 기준)도 넘지 않았던 복지 분야 예산 증가율은 올해 문재인 정부 수립 첫 예산에서 12.9%를 기록했다.

내년엔 12.1%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 이후에도 의무지출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추계를 보면 의무지출은 2018∼2022년 연평균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 기준으로 같은 기간 재량지출 6.7%, 재정지출 7.3%보다 더 가파르다.

의무지출 비율은 2020년 50.8%로 잠시 숨고르기를 했다가 2021년 51.1%로 늘어나고, 2022년 51.6%에 다다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고령화나 저출산과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의무지출 증가를 더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의무지출은 한번 결정되면 무를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정부 지출이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의무지출 증가가 특히 의미를 갖는 배경이다.

의무지출 비율이 높아지면 그만큼 예산을 이용해 정부 정책을 펴나갈 여지가 줄어든다.

선진국 의무지출 비율은 60%대 이상으로 한국보다 높다.

한국도 최근처럼 세수 호조세가 계속된다면 의무지출 비율 상승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혹시라도 세수가 급감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재량지출을 조정할 만한 여유가 사라진다는 점이 우려를 낳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복지예산이 적다고 하지만 65세 이상 인구가 많이 늘어나며 가만히 있어도 OECD 수준에 복지 예산 규모가 도달해 의무 지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도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더 길게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응 방안은 강력한 재량지출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올해 10조4천억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한 데 이어 내년은 12조4천억원을 감축하도록 예산을 짰다.

포용적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혁신 추진을 위해 재정지출구조 전환과 재정운용 시스템을 골자로 하는 '지출혁신 2.0' 추진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최상대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재정 건전성을 활용해 꼭 필요한 부분에선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재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2020년 이후 세수를 고려해 예산의 양적·질적 구조조정 등으로 건전성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