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역사·얕은 저변 속에서 실력 급성장…리커브와 어깨 나란히
[아시안게임] '실업선수 12명' 양궁 컴파운드…亞 정상 우뚝 서다
우리나라가 '양궁 강국'이라고 말할 때의 '양궁'은 정확히는 리커브 양궁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올림픽 종목이 아닌 컴파운드는 양궁 팬이 아니라면 들어본 사람조차 많지 않다.

실제로 컴파운드에서 우리나라는 불모지에 가깝다.

활 끝에 도르래가 달린 반 기계식 활을 사용하는 컴파운드는 유럽이나 미국에선 오래전부터 레저 활동으로 즐기는 인구가 많았지만 우리나라엔 들어온 지 얼마 안 된다.

세계선수권대회나 양궁 월드컵에선 오래전부터 리커브와 함께 겨뤄졌기 때문에 리커브에만 선수를 보내는 한국에 '반쪽 양궁'을 한다는 일부의 시선도 있었다.

컴파운드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에 추가되고 한국 양궁도 뒤늦게 컴파운드에 주목했지만 여전히 저변은 얕다.

대한양궁협회에 등록된 컴파운드 선수는 199명에 불과하다.

리커브 선수는 1천622명이다.
[아시안게임] '실업선수 12명' 양궁 컴파운드…亞 정상 우뚝 서다
그나마 199명 중에서도 상당수는 대회 출전을 위해 선수로 등록한 클럽 동호인들이다.

실업팀 선수는 남자 5명, 여자 7명 등 단 12명. 여기에 고등부, 대학부 선수를 쳐도 정식 컴파운드 선수는 20∼30명 수준이라고 양궁협회는 추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컴파운드는 국제 무대에서 리커브가 쌓아 올린 한국 양궁의 아성을 따라잡고 있다.

최강 미국이나 유럽 국가는 물론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 비해서도 후발주자였지만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어 양궁계를 놀라게 했다.

2013년 본격적으로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 이후엔 메달 수도 점차 늘려가고 세계 기록도 갈아치우기도 했다.

빠르게 성장한 한국 컴파운드는 이번 대회 세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수확하게 최강 지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 남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남녀 6명의 선수들은 모두 컴파운드 '늦깎이'들이다.
[아시안게임] '실업선수 12명' 양궁 컴파운드…亞 정상 우뚝 서다
여자부 송윤수(23), 소채원(21·이상 현대모비스)과 남자부 홍성호(21·현대제철)는 이른바 엘리트 체육을 한 '운동부 선수'가 아니라 취미 활동이 선수 생활도 이어진 경우다.

나머지 3명은 리커브를 먼저 하다가 전향한 경우다.

여자부 맏언니 최보민(34·청주시청)은 리커브 선수로도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정상급 선수였다.

그러나 심각한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후 리커브보다 어깨의 부담이 덜한 컴파운드로 종목을 바꿨다.

최은영이라는 이름도 바꿨다.

최보민은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개인·단체 2관왕에 오르며 한국 컴파운드의 위력을 아시아에 각인시킨 뒤 이번에 동생들을 이끌고 다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역시 리커브로 시작했던 최용희(34)와 김종호(24·이상 현대제철)도 홍성호와 함께 인도를 제치고 남자 컴파운드에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안겼다.

리커브보다 늘 관심도 지원도 낮았던 컴파운드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리커브 못지않은 메달밭 역할을 했고 한국 양궁도 '반쪽 양궁'이 아니라 모든 양궁에서 강함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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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