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北 비핵화보다 경협' 오해 살 예산안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통일부가 28일 발표한 2019년도 예산안에서 남북협력기금 세부 예산 내역에 명시한 항목이다. 내년 남북협력기금은 올해보다 14.3% 늘어난 1조1004억원으로 편성된다. 특히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 남북 경협사업을 위해 올해(3446억원)보다 46% 증액한 5044억원을 배정했다.

“왜 남북경협 항목명에 ‘개성공단’을 붙였냐”는 질문에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이 남북경협의 상징이기 때문에 예시 측면에서 붙였다”며 “개성공단 말고 다른 공단이 생긴다면 앞에 붙일 명칭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설명을 들으며 최근 사방에서 나온 뉴스들이 머리를 스쳤다. 북한은 비핵화 관련 구체적 행동 없이 지난 7월 말부터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며 “평화가 경제”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는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취소시켰다.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은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게 남북경협과 함께 묶여 있는 문제다.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만큼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들어야 할 테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를 위해서든 남북 간 오가는 물자는 유엔의 감시를 받고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 같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 없이 남북협력기금 증액과 남북경협 관련 예산 대폭 확대 계획을 밝혔다. 통일부가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며 가장 많이 강조한 건 ‘판문점 선언 이행’이었다. 북한 매체에서 남북한 정상회담 후 제일 자주 언급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번 예산안은 자칫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남북경협을 우선시한다”는 여지를 줄 위험이 커 보인다. 전문가 사이에선 벌써 “정부가 지나치게 앞서 나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