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준 동서발전 사장 "동서발전, 에너지 IT기업 거듭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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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IT 접목한 발전소
'이브레인 센터' 시범 운영
숨은 고장 찾아내 사고 '뚝'
반년 새 잠재손실 27억↓
드론·청소 로봇 활용한
'태양광 솔루션' 사업 추진
사장 직함 떼고 '대표사원'
직원들과 열린소통 리더십
新사업 비전 공감대 이끌어
'이브레인 센터' 시범 운영
숨은 고장 찾아내 사고 '뚝'
반년 새 잠재손실 27억↓
드론·청소 로봇 활용한
'태양광 솔루션' 사업 추진
사장 직함 떼고 '대표사원'
직원들과 열린소통 리더십
新사업 비전 공감대 이끌어
지난 6월 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에 있는 e-Brain(이브레인) 센터에 비상이 걸렸다. 발전소 터빈 옆에 있는 튜브의 압력 수치가 컴퓨터 예측 범위를 벗어났다는 경보음이 울려서다. 센터 전문가들은 시스템에 입력된 빅데이터와 발전소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압 히터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히터에서 샌 물이 터빈에 들어가면 자칫 발전소 전체가 가동을 멈추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진단은 적중했다. 현장 점검 결과 히터에서 물이 미세하게 누출되고 있었다. 여름철 전력수급 피크에 발생했다면 ‘전력 대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고를 이브레인 센터가 찾아낸 것이다. 이브레인 센터는 ‘발전설비 컨트롤타워’다. 시스템에 입력된 빅데이터와 발전소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전소를 원격 점검하고 숨겨진 고장을 찾아낸다. 동서발전이 두산중공업과 공동 개발해 올초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불과 반년 새 60건의 고장을 미리 찾아내 27억원에 달하는 잠재적 재무 성과를 달성했다.
“글로벌 에너지 IT기업으로 도약”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사진)은 지난 27일 동서화력 당진본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브레인 센터와 같은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수출하는 에너지 정보기술(IT)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굴뚝으로 상징되는 발전산업을 IT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정보통신산업국장을 지내던 2012년 디터 체체 당시 크라이슬러 사장이 “자동차는 이제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발전소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성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더라도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처럼 IT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이브레인 센터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나 태풍 등 변수가 많아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소 사고율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설비를 ‘닦고 조이고 기름쳐’ 손실 없이 운영하는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노하우를 빅데이터로 저장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이브레인 센터다. 동서발전은 개발도상국에 발전소를 수출하면서 이브레인 시스템을 묶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수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외에도 박 사장은 동서발전이 연구 중인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했다. 태양광 패널은 항상 야외에 노출돼 있어 고장률이 높지만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에선 문제가 생긴 패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동서발전은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운영해 발전 손실을 조기에 잡아내고 있다. 박 사장은 “수년 전 동서발전이 설치한 태양광 패널 중 7~8%에서 발전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태양광 청소 로봇까지 상용화되면 노후 태양광을 자동 수리하는 ‘태양광 솔루션’ 사업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장에서 ‘대표사원’으로
박 사장의 안전모와 명찰에서 ‘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사내 직함을 사장에서 대표사원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사장이지만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 한 사람의 직원에 불과하다”며 웃었다. 직함을 바꾼다고 하자 “신선하다”는 이메일을 보낸 직원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리더십은 신사업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사업 관련 연구개발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 인력이 항상 충분치 못한 현장에서 “신사업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십상이다. 박 사장은 “직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다”며 “매월 보내는 뉴스레터에 개인적인 얘기부터 업무에 관한 내용까지 진솔하게 전달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직원들이 행복해야 지역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박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미래사업을 발굴하면 직원들이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일하게 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된다”며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전체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산업부 관료(행정고시 31회) 출신으로 산업 에너지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뒤 기획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올 2월 동서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당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진단은 적중했다. 현장 점검 결과 히터에서 물이 미세하게 누출되고 있었다. 여름철 전력수급 피크에 발생했다면 ‘전력 대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사고를 이브레인 센터가 찾아낸 것이다. 이브레인 센터는 ‘발전설비 컨트롤타워’다. 시스템에 입력된 빅데이터와 발전소 정비 노하우를 바탕으로 발전소를 원격 점검하고 숨겨진 고장을 찾아낸다. 동서발전이 두산중공업과 공동 개발해 올초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불과 반년 새 60건의 고장을 미리 찾아내 27억원에 달하는 잠재적 재무 성과를 달성했다.
“글로벌 에너지 IT기업으로 도약”
박일준 동서발전 사장(사진)은 지난 27일 동서화력 당진본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브레인 센터와 같은 신사업을 적극 발굴해 수출하는 에너지 정보기술(IT)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굴뚝으로 상징되는 발전산업을 IT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재편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사장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정보통신산업국장을 지내던 2012년 디터 체체 당시 크라이슬러 사장이 “자동차는 이제 가솔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움직인다”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발전소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성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더라도 전기차나 자율주행차처럼 IT를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이브레인 센터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나 태풍 등 변수가 많아 안정적인 발전소 운영이 쉽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발전소 사고율은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설비를 ‘닦고 조이고 기름쳐’ 손실 없이 운영하는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노하우를 빅데이터로 저장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이브레인 센터다. 동서발전은 개발도상국에 발전소를 수출하면서 이브레인 시스템을 묶어 판매하는 등 다양한 수출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 외에도 박 사장은 동서발전이 연구 중인 다양한 신기술을 소개했다. 태양광 패널은 항상 야외에 노출돼 있어 고장률이 높지만 대규모 태양광발전소에선 문제가 생긴 패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동서발전은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운영해 발전 손실을 조기에 잡아내고 있다. 박 사장은 “수년 전 동서발전이 설치한 태양광 패널 중 7~8%에서 발전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다”며 “태양광 청소 로봇까지 상용화되면 노후 태양광을 자동 수리하는 ‘태양광 솔루션’ 사업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장에서 ‘대표사원’으로
박 사장의 안전모와 명찰에서 ‘대표사원’이라는 직함이 눈에 띄었다. 지난 4월 사내 직함을 사장에서 대표사원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사장이지만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 한 사람의 직원에 불과하다”며 웃었다. 직함을 바꾼다고 하자 “신선하다”는 이메일을 보낸 직원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리더십은 신사업 추진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사업 관련 연구개발은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힘들다. 인력이 항상 충분치 못한 현장에서 “신사업 인력을 줄이고 현장 인력을 충원해달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십상이다. 박 사장은 “직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취지에 모두 공감했다”며 “매월 보내는 뉴스레터에 개인적인 얘기부터 업무에 관한 내용까지 진솔하게 전달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선 직원들이 행복해야 지역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박 사장은 강조했다. 그는 “미래사업을 발굴하면 직원들이 희망을 품고 행복하게 일하게 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된다”며 “궁극적으로는 혁신을 통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가 전체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산업부 관료(행정고시 31회) 출신으로 산업 에너지 분야 주요 보직을 거친 뒤 기획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나 올 2월 동서발전 사장에 취임했다.
당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