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신차 판매 증가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시장 자체가 침체기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LMC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신차 판매 예상치는 9700만 대로 지난해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며 연평균 5%가 넘게 성장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타격이 뚜렷하다. 지난해 2860만 대의 신차 판매량을 기록한 중국은 2016년 신차 판매가 13%까지 증가했지만 올해는 판매량이 작년보다 1.2%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지난달 판매 대수도 전년 대비 5.3% 감소한 159만 대 수준이었다.

미국도 2016년 175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유럽도 올 상반기 신차 판매가 전년 대비 2.9%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4.7%)에 비하면 확연히 둔화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미국을 포함한 세계 시장의 소비심리를 약화시키고 경제성장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는 자동차 생산 비용과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해 중국과 유럽연합(EU)도 보복 관세를 잇따라 부과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올해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지난달 중국과 유럽 시장에서 기대 이하의 판매에 올해 실적 전망을 낮췄다. 다임러도 6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를 거론하며 미국 앨라배마에서 생산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판매 실적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