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이 28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에 속도가 붙지 않으면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고 북한을 압박했다.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는 한·미 군사훈련 재개를 시사하면서 미·북 관계가 6·12 미·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군사훈련 카드’ 다시 꺼내든 美

매티스 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의의 조치로, 가장 큰 몇몇 군사훈련을 중단했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또 “(미·북)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미래를 계산해 보겠다”며 한·미 훈련 재개 여부를 미·북 비핵화 협상과 연계했다. 평소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신중히 언급하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던 매티스 장관이 직접 이같이 말한 건 이례적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원활한 비핵화 협상을 위해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에 이어 한·미 해병대연합훈련을 무기한 연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군사훈련을 “도발적인 워게임(war game·전쟁연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벼랑 끝 전술’

대북 강경파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북한이 어쩌면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북한과 관련해 (외교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그들의 무역거래 90%와 석유 30%를 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북한을 완전하게 비핵화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과 약속한 내용을 이행할 준비가 됐음이 분명해지면 관여(engage)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대북 강경책은 북한을 압박해 비핵화에 속도를 내려는 ‘벼랑 끝 전술’ 성격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데다 북·중 교류 확대 등으로 대북제재의 위력이 반감되면서 미국도 뾰족한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더딘 비핵화 협상 속도에 대한 좌절감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연합훈련 재개 협의 없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매티스 장관 발언에 대해 “연합훈련 중단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상황을 보면서 한·미 간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며 “현재로서는 한·미가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지난번 협의는 “당해 군사훈련에만 적용됐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국방부도 “한·미는 연합훈련의 추가 유예나 재개 문제를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연합훈련 유예와 관련해 한·미 간 기존 합의 연장선 상에서 발언한 내용”이라며 “부대 단위의 소규모 연합훈련은 현재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연합훈련 유예는 북·미 정상 간 싱가포르 합의 후 선의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신뢰구축 조치였다”며 “(연합훈련은) 북한의 비핵화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한·미가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