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그제 ‘적극 행정’ 지원 방침을 밝혔다. 규제 혁파에 노력하는 공직자에 대해서는 감사를 자제하거나 적극 행정 면책제도를 적용하겠다는 게 요지다. 정부의 규제완화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란다.

하지만 감사원의 적극 행정 지원이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이끌어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처럼 정책 판단에 대해 잘잘못을 따지는 ‘정책감사’가 성행하는 상황에서는 적극 행정 지원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무 자르듯 결론을 내기 어려운 정책 판단에 대해 ‘사후 평가 잣대’를 남발하는 탓에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5년째 감사원의 방산비리 감사가 계속되면서 고사위기에 처한 방위산업체들이 대표적인 예다. 감사원 정책감사를 의식한 공무원들이 지체금 부과 등 각종 징벌적 조치를 쏟아내 방산기업과 정부 간 소송은 로펌시장에서 이혼과 더불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불릴 정도다.

“파급력이 큰 정책을 도입하거나 규제를 풀 때, 감사에 대비한 논리부터 챙겨야 한다”는 공직사회의 ‘보신(保身)원칙’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규제개혁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처럼 감사원 감사를 회계감사로 국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회계감사학에서는 선진형 감사를 ‘3E’, 후진형 감사를 ‘3I’로 구분한다. ‘3E’는 효율성(efficiency), 효과성(effectiveness), 경제성(economy)을 말한다. ‘3I’는 위법(illegal), 부당(improper), 부정(incorrect)을 일컫는다. 처벌 위주 감사보다 개선 사항을 발굴해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감사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다. 정책 판단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처벌 위주의 정책감사가 존재하는 한 규제개혁도, 혁신성장도 더딜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