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혁신성장 성공의 필요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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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적 기초연구로 기술기회 확대
규제 풀어 사업화 성공 촉진하고
금융·노동 시장 효율성 높여야"
이창양 < KAIST 교수·경영학 >
규제 풀어 사업화 성공 촉진하고
금융·노동 시장 효율성 높여야"
이창양 < KAIST 교수·경영학 >
이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간판 경제 모토로 내세웠지만 지난 1년여 동안의 성적은 실망스럽다. 특히 일자리와 저소득층 소득이라는 항목에서 점수를 크게 잃었다. 이 과정에서 소위 혁신성장이 대두됐고, 그 핵심 수단으로 규제개혁이 강조되고 있다.
우선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는 달리 경제논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규제개혁이 되면 (기술)혁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이것이 사업화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에서 출발해 성장에 이르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혁신성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혁신성장의 성공이 기술혁신에서의 성공과 시장에서의 사업화 성공의 곱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성공해야만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기술혁신에 실패하거나 그 결과물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는 물론, 뛰어난 기술을 얻었다 해도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 성공적으로 사업화하지 못하면 혁신성장은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과 사업화의 성공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경제 주체의 역량과 제도 및 정책 여건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규제개혁은 그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며, 그동안 창조 또는 혁신이 부진했던 것은 이런 광범위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다.
그렇다면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기술혁신의 씨앗을 의미하는 ‘기술기회’가 있어야 한다. 기술기회가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뛰어날수록 연구개발의 생산성과 시장 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술기회는 관련 산업에서의 기술진보 등에서도 생겨나지만 가장 중요한 원천은 과학과 기초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모방형 또는 추격형 기술혁신에서 벗어나 선도형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과학 및 기초기술 역량이 필수적이다. 우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이런 역할에 걸맞은 방향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둘째, 기업의 기술기회 포착 능력과 함께 뛰어난 연구개발 인력과 모험자본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학계와 관련 산업들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기술기회를 포착하는 소위 흡수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초과학 지식과 연구개발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응용연구에 밀려 기피되는 기업의 기초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술개발 지원제도를 모험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90%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보이는 기술개발 지원 제도로는 차별적인 혁신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주주 가치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등으로 갈수록 위험회피적인 단기주의에 좌우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사업화 성공을 촉진하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경제 전반의 자유도 제고와 요소시장의 효율화, 공정한 경쟁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진입 장벽 등 경쟁 제한적인 규제를 줄이기 위해 자동규제감축제도도 고려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규제 신설을 위해서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규제를 없애야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좋은 예다.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서 보듯이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경제정책의 오래된 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금융과 노동 등 요소시장과 기술거래 및 인수합병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에 따른 과실의 회수와 신속한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술거래나 초기기업의 인수합병을 대기업에도 유연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버 등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에서 이미 추격자 또는 모방학습자의 위치에 놓여 있고, 전통 주력 산업에서는 중국의 추월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혁신성장이 절실하다. 경제를 보는 낡고 편협한 시각과 단선적인 대응을 고집하다가 세계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갈라파고스 경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선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는 달리 경제논리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기대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규제개혁이 되면 (기술)혁신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이것이 사업화돼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혁신에서 출발해 성장에 이르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하다.
혁신성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보다 혁신성장의 성공이 기술혁신에서의 성공과 시장에서의 사업화 성공의 곱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성공해야만 혁신성장이 가능하다. 기술혁신에 실패하거나 그 결과물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는 물론, 뛰어난 기술을 얻었다 해도 이를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해 성공적으로 사업화하지 못하면 혁신성장은 실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혁신과 사업화의 성공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경제 주체의 역량과 제도 및 정책 여건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규제개혁은 그 필요조건의 하나일 뿐이며, 그동안 창조 또는 혁신이 부진했던 것은 이런 광범위한 조건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에서 연유한다.
그렇다면 기술혁신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첫째, 기술혁신의 씨앗을 의미하는 ‘기술기회’가 있어야 한다. 기술기회가 양적으로 풍부하고 질적으로 뛰어날수록 연구개발의 생산성과 시장 사업화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술기회는 관련 산업에서의 기술진보 등에서도 생겨나지만 가장 중요한 원천은 과학과 기초기술의 발전이다. 특히 모방형 또는 추격형 기술혁신에서 벗어나 선도형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과학 및 기초기술 역량이 필수적이다. 우리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이런 역할에 걸맞은 방향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둘째, 기업의 기술기회 포착 능력과 함께 뛰어난 연구개발 인력과 모험자본이 있어야 한다. 기업들이 학계와 관련 산업들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지식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기술기회를 포착하는 소위 흡수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초과학 지식과 연구개발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응용연구에 밀려 기피되는 기업의 기초연구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술개발 지원제도를 모험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90%에 육박하는 성공률을 보이는 기술개발 지원 제도로는 차별적인 혁신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가 주주 가치 중심의 기업지배구조 등으로 갈수록 위험회피적인 단기주의에 좌우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사업화 성공을 촉진하는 여건을 갖춰야 한다. 경제 전반의 자유도 제고와 요소시장의 효율화, 공정한 경쟁체제의 확립이 필요하다. 진입 장벽 등 경쟁 제한적인 규제를 줄이기 위해 자동규제감축제도도 고려할 만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규제 신설을 위해서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규제를 없애야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좋은 예다.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에서 보듯이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 경제정책의 오래된 틀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금융과 노동 등 요소시장과 기술거래 및 인수합병 시장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기술혁신에 따른 과실의 회수와 신속한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술거래나 초기기업의 인수합병을 대기업에도 유연하게 허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버 등 공유경제와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에서 이미 추격자 또는 모방학습자의 위치에 놓여 있고, 전통 주력 산업에서는 중국의 추월에 직면해 있다. 진정한 혁신성장이 절실하다. 경제를 보는 낡고 편협한 시각과 단선적인 대응을 고집하다가 세계 속에서 점점 작아지는 갈라파고스 경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