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은퇴 이후 '스타 부재' 우려 속 고교생 대표들 팀 경기 메달 합작
[아시안게임] '포스트 손연재' 희망 찾은 리듬체조 "도쿄를 꿈꿔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 체조의 메달 전망은 기계체조를 위주로 언급되곤 했다.

양학선(26)이 없지만, 김한솔(23·서울시청)과 여서정(16·경기체고)이라는 새로운 쌍두마차가 등장해 인천 대회 '노 골드' 아쉬움을 씻는다는 확신이 컸다.

인천에서 사상 첫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간판스타 손연재(24)가 떠난 리듬체조는 세대교체 시기가 이어지면서 당장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미래를 기약하는 성격이 더 강했다.

그러나 대형 국제대회에 출전 경험이 거의 없는 서고은(17·문정고), 김채운(17), 임세은(18), 김주원(16·이상 세종고)이 팀 경기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해 희망을 밝혔다.

한국이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팀 경기에서 낸 최고 성적은 인천 대회 은메달이다.

신수지(27)와 손연재가 함께 나선 2010 광저우 대회 때도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팀 경기 메달권 진입은 만만하지가 않다.

하지만 모두 고등학생들로만 구성된 이번 대표팀은 강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당당히 시상대에 섰다.
[아시안게임] '포스트 손연재' 희망 찾은 리듬체조 "도쿄를 꿈꿔요"
[아시안게임] '포스트 손연재' 희망 찾은 리듬체조 "도쿄를 꿈꿔요"
28일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개인종합 경기를 마치고 만난 맏언니 김채운은 "좋은 경험이었다.

개인종합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는 없다"면서 "노력의 대가로 메달을 갖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러시아 유학파로 새로운 세대 대표주자 중 한 명인 김채운은 서고은과 함께 출전한 개인종합 결선에서 8위에 올랐다.

김채운은 "선배들보다 경험도 적고 좋은 성적도 내지 못해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선발전 1위로 기대를 모은 서고은은 '코피 투혼'을 펼쳤다.

경기 이틀 전 밤 현지에 도착해 하루 포디움 연습 뒤 바로 실전을 치른 데다 큰 경기의 긴장감이 커져 팀 경기 중간 코피를 쏟았다.

하지만 그는 팀 경기를 모두 치렀고, 개인종합 결선에도 나섰다.

개인종합 결선에선 여파가 미쳤는지 14위로 마쳤다.

그는 "갑자기 코피가 나서 당황스럽고 힘들었는데, 팀을 위해 끝까지 열심히 했다"며 "긴장하지 않고 저의 것을 다 보여드릴 수 있도록 경험을 쌓아야겠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 '포스트 손연재' 희망 찾은 리듬체조 "도쿄를 꿈꿔요"
개인종합엔 나서지 못했으나 임세은은 팀 경기에서 첫 주자로 나서 후프에서 15.650점 기록하며 무난한 출발을 하도록 이끌었고, 막내 김주원도 특유의 당찬 모습을 연기에서도 발휘하며 힘을 실었다.

임세은은 "아시안게임에서 연기하는 자체가 행복했는데, 메달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주원은 "시니어로 올라오자마자 언니들 덕분에 이런 큰 성과 이룰 수 있었다"며 더 발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시니어 경력 초기 힘을 합해 큰 산을 넘은 이들이 바라보는 곳은 모두 같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다.

김채운이 먼저 "도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꿈"이라고 하자 김주원이 곧장 "다 같은 것 아니에요? 전 결선까지라도 가고 싶어요"라며 언니에게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서고은과 임세은도 도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밝혔다.

도쿄 올림픽 개인전엔 총 26명이 기량을 겨루는데, 국가당 두 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네 명 모두 갈 수는 없으니 남은 건 선의의 경쟁이다.
[아시안게임] '포스트 손연재' 희망 찾은 리듬체조 "도쿄를 꿈꿔요"
송희 대표팀 코치는 "손연재 은퇴 이후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대회를 준비하며 메달에 도전하면서도 '될까'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외롭고 긴 싸움을 잘 견뎠다"고 평가했다.

송 코치는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체력과 적응력 등을 보완하면 선배들 못지않은 연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세대의 성장을 지켜봐 달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