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委, 비정규직 통계 개선 노사정 합의 발표…내년 8월 시험조사
특수형태근로자·비임금 노동자 포함해 비정규직 분류하면 규모 늘어날 수도
비정규직 통계서 '시간제 정규직' 솎아낸다… 규모 감소할 듯
모든 시간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집계하는 현행 통계 방식을 개선한다는 노사정 합의가 도출됐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비정규직 통계 개선을 위한 노사정 토의 및 결과'를 발표했다.

일자리위는 시간제 노동자의 증가 등 노동시장 환경이 크게 바뀐 점을 반영해 비정규직 통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문제 제기에 따라 노사정과 민간 전문가로 비정규직 통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2월부터 논의를 진행했다.

일자리위는 "TF에서는 시간제 근로자의 다양한 특성이 파악될 수 있도록 문항을 보완해 내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부터 시험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간제 노동자는 2008년 123만명에서 지난해 266만명으로 배 이상 증가했고 이 가운데 정규직 성격을 가진 상용직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12.6%로 급증했는데도 현행 통계는 모든 시간제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하는 문제가 있다는 게 일자리위의 설명이다.

일자리위는 "본래 정규직이지만 임신·질병 등 사유로 일시적으로 시간제 근로를 하는 근로자까지 모두 비정규직으로 집계하는 현행 통계 방식은 국민에게 '시간제 일자리는 좋지 않은 일자리'라는 그릇된 인식을 줌으로써 일·가정 양립 확산 추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고 지적했다.

현행 통계 방식은 노동자에게 전일제인지 시간제인지 물어 시간제 여부를 판단하고 응답자가 답을 못하면 면접원이 '동일 직장 동일 직무 종사자와의 근무시간 차이 여부' 등을 확인해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주 37시간을 근무하는 노동자도 사업장 동료들이 38시간 일한다면 시간제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정규직 전일제 노동자가 육아 등을 위해 단축 근무를 해도 비정규직으로 집계될 수 있다.

일자리위는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조사 단계에서 이를 선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 범주로, 기간제를 포함한 '한시적 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파견·용역 등 '비전형 노동자'가 일부 겹치는 현행 통계 방식도 손질하기로 했다.

작년 8월 기준으로 기간제 372만5천명 중에도 파견(11만명)과 용역(43만9천명)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은 모두 658만명인데 세 범주를 합산하면 850만명이 된다.

이에 따라 고용 형태별 비정규직 규모의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기간제와 같은 특정 비정규직 규모의 '과다 추정' 위험이 있다고 일자리위는 보고 있다.

일자리위는 "비정규직 조사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통계 발표는 노사정이 각각 합리적인 중복 제거 방안을 마련해 기존 발표 방식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통계서 '시간제 정규직' 솎아낸다… 규모 감소할 듯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이른바 '특고' 노동자를 집계하는 통계 방식도 개선된다.

특고 노동자는 디지털 기술 발달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기존 통계로는 특고 노동자가 2008년 60만6천명이었으나 지난해 49만7천명으로, 오히려 줄어 현실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위는 "현재 조사 방식에 따르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 해당해도 사업장 또는 사업자 등록증을 소유해 비임금 근로자로 분류될 경우 조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조사 문항에 예시가 없는 직종의 근로자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가 아니라고 응답할 가능성이 있어 통계가 실제 규모보다 과소 추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자리위는 올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부가조사부터 특고 노동자에 자영업자와 유사한 비임금 노동자까지 포함하도록 하고 새로운 '국제종사상지위분류'(ICSE-18) 권고안이 올해 중으로 발표되면 이를 참고하기로 했다.

시간제 정규직이 비정규직에서 빠지면 비정규직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다만, 특고 노동자에 비임금 노동자까지 포함해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할 경우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일자리위는 "비임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정규직 특성이 강한 시간제 근로자를 비정규직 숫자에 반영할지는 향후 1∼2년간 통계 안정화 단계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개선 방안은 의도적으로 비정규직 숫자를 줄이거나 늘리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개선 방안에 따라 비정규직 숫자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통계 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가 나온 것은 2002년 비정규직 범주를 정한 노사정 합의 이후 16년 만이다.

일자리위는 달라진 현실에 맞게 비정규직 범주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목희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비정규직 통계를 제대로 산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