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은 美 공세…김정은, 고민 깊어질듯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공세가 심상찮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돌연 취소하더니 이번엔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하면서 대북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이후 더디지만,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온 한반도 정세가 고비를 만난 형국이다.

이번주 초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의 취소에 앞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편지로 북한의 강경 기조가 전달됐으며,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렸다는 미 유력 일간지의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그에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입에 올리고 "더는 중단 계획이 없다"고 발언했다.

이는 기존 한미 당국 간 합의를 확인하는 수준이지만, 민감한 시기에 이같이 말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미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을 무기한 유예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행 상황을 봐가면서 추가 중단 여부를 정한다고 했다.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과 핵신고 리스트 제출을 두고 어떤 걸 먼저 해야 하는지 수개월째 공방을 벌여온 가운데 트럼프 미 행정부로선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미 행정부의 연이은 대북 공세는 이런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 행정부의 이런 태도에 북한이 강공으로 맞설 경우 '강 대 강'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1월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스캔들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있어야 하는 가운데 미 행정부에서 매티스 국방장관 이외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을 겨냥한 미 행정부의 최근 정책은 '강공'으로만 흐르는 경향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신뢰'를 보내면서 결단을 주문하고 있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한미훈련 언급도 중지한 훈련을 당장 재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핵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내년 3월 키리졸브 등 연합훈련을 예년처럼 실시할 수 있음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미 국무부도 헤더 나워트 대변인의 28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적기가 됐을 때 미래에 협상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준비돼 있을 때, 그리고 우리가 생산적이라고 생각할 때 (북한과)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대화 기조를 확인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북미 양국 최고 지도자 수준의 신뢰는 아직 깨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차후 반응에 모인다.

다음 달 9일인 정권 수립 70주년 9·9절을 맞아 인민에 그간의 외교 성과를 자랑해야할 처지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선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근 제스처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24일 폼페이오 방북 취소 발표 이후 나흘이 지났지만 북한이 공식적인 반응을 하고 있지 않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김 위원장의 선택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축으로 한 대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냐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다.

외교가에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걸 계기로 한 북미회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회담,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유엔 총회 대응 등 9·9절을 전후로 굵직한 정치외교 일정을 예정한 북한이 미 행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선택을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고 북한이 강공을 선택해 미 행정부에 맞대응할 수도 있고, 당분간 저강도 또는 무대응으로 일관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미국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9·9절 행사를 잘 치러야 하는 고민과 함께, 비핵화 협상 초반에 밀리면 안 된다는 식의 고민도 있을 것"이라며 "일단 북한의 다음 반응을 봐야 9월 상황에 대해 전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환 교수는 "북한도 미국도 지금 매우 신중한 입장이며, 양측 모두 판을 깨고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9·9절 계기에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 변수도 주목된다.

시 주석이 방북을 하든 그렇지 않든 북중 연대를 강화해 대미 비난·압박에 나서는 쪽을 택할지, 아니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상황에 설지가 관심거리인 셈이다.

중재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정부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 종전선언과 핵신고 리스트 갈등의 접점을 찾도록 해 북미 협상에 다시 탄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르면 다음 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방미해 스티븐 비건 신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첫 협의를 하는 방안이 한미간에 조율되고 있어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