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알렉스 바다코스타스 크리에이터 창업자 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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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햄버거 400개 만들다가 질렸나?
AI '버거 로봇' 개발…무인식당 운영
"일자리 줄인다" 비판에도 유명세
패스트푸드 사업가 집안 출신
수만개 햄버거 구운 경험 살려
대학시절의 아이디어 현실화
구글·코슬라 등 VC 투자 받아
가격은 맥도날드 빅맥과 같은 6弗
사람은 재료 주입·햄버거 서빙만
요리 全과정은 로봇 혼자서 '척척'
"맛 균일·조리 속도 빨라 인건비 절감
세계 각지로 매장 확대할 계획"
고용불안 비판에 직원 복지 확대
혁신적 찬사 속 고용창출엔 부정적
재료·식당관리 직원 시급 높이고
독서 통한 자기계발 등 적극 지원
AI '버거 로봇' 개발…무인식당 운영
"일자리 줄인다" 비판에도 유명세
패스트푸드 사업가 집안 출신
수만개 햄버거 구운 경험 살려
대학시절의 아이디어 현실화
구글·코슬라 등 VC 투자 받아
가격은 맥도날드 빅맥과 같은 6弗
사람은 재료 주입·햄버거 서빙만
요리 全과정은 로봇 혼자서 '척척'
"맛 균일·조리 속도 빨라 인건비 절감
세계 각지로 매장 확대할 계획"
고용불안 비판에 직원 복지 확대
혁신적 찬사 속 고용창출엔 부정적
재료·식당관리 직원 시급 높이고
독서 통한 자기계발 등 적극 지원
올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선 로봇이 만든 햄버거를 파는 무인(無人) 식당이 문을 열었다. 미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크리에이터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셰프 로봇’이다.
이 로봇은 사람 도움 없이 주문부터 재료 손질, 패티 굽기 등 모든 요리 과정을 혼자서 한다. 사람은 재료를 로봇에 채워넣거나 완성된 햄버거를 소비자에게 건네는 일만 한다. 크리에이터 전에도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을 개발한 사례가 있었지만 요리의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는 로봇은 처음이다.
알렉스 바다코스타스 크리에이터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만드는 요리는 맛이 균일한 데다 조리 속도도 빠르다”며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가격에 고급 수제버거 제공
셰프 로봇은 소비자가 태블릿PC로 주문하면 그때부터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자른 뒤 그 위에 피클과 토마토, 양파, 치즈 등의 재료를 순서대로 올린다. 재료의 두께를 ㎜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해 조리하고 주문에 따라 각종 소스도 ㎎ 단위로 정밀하게 계량해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즉석에서 소고기를 갈아 그릴에 굽는다. 햄버거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모든 조리 과정은 탑재된 센서와 AI로 제어된다. 약 4.3m 길이의 이 AI 로봇은 20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350개 센서로 구성됐다.
버거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패티는 방목해 기른 소의 가슴살을 이용한다. 고기를 마구 으깨지 않고 먼저 가닥 형태로 만든 뒤 수직으로 교차시켜 패티를 완성한다. 버거를 먹을 때 씹는 방향과 고기 가닥이 놓인 방향이 일치해 식감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패티의 육즙을 유지하기 위해 굽는 온도도 AI로 정밀하게 제어하고 있다. 또 크리에이터는 매일 배달되는 신선한 재료와 최고급 소스를 사용한다. 외신들은 “유명 셰프가 만든 햄버거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맛과 품질을 갖춘 수제버거라면 보통 미국에선 15~16달러를 받지만 셰프 로봇이 만든 햄버거 가격은 맥도날드 빅맥과 비슷한 6달러다.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화요일과 수요일만 영업하는 크리에이터는 한 달 치 주문 예약이 모두 끝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바다코스타스 창업자는 “9년 전 이 작업에 처음 착수할 당시엔 이런 방식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불가피한 일이 됐을 뿐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햄버거의 맛과 품질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햄버거 레스토랑 집안 출신의 창업자
바다코스타스 창업자는 패스트푸드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에이스 버거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다코스타스는 창업 전 이미 가족이 운영하는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수만 개의 햄버거를 조리해 봤다. 바다코스타스는 “매일 400개 이상의 햄버거를 만드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버거 로봇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그는 3학년 때 로봇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다코스타스는 “밤에 자려고 누워서 ‘로봇이 요리해주는 주방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떠올린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그 뒤 바다코스타스는 집 차고에 있는 도구들을 이용해 로봇 주방을 꾸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잡초처럼 계속 뻗어나갔다”고 말했다. 바다코스타스는 버거 제조기를 개발하기 위해 애플, 테슬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공학자와 디자이너, 로봇공학 전문가들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도 이어졌다. 구글벤처스, 코슬라벤처스, 루트벤처스 등으로부터 2013년 600만달러, 2017년 183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8년 가까이 로봇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크리에이터는 세계 각지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부자 도시가 아닌 교외로도 매장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버거 가격이 6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공항 터미널과 기차역, 대학 등에도 로봇 버거 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바다코스타스는 “로봇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속화하는 자동화 기술과 AI의 결합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버거 로봇은 ‘혁신적이다’는 찬사와 함께 요식업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자동화 기술이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단순 노동자의 실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버거 로봇을 사용하면 매장에서 주방이 차지하는 면적도 50% 줄일 수 있어 고정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바다코스타스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재료 관리 및 식당 직원의 시급을 미국 평균보다 높은 16달러(약 1만8000원)로 책정했다. 또 근무 시간의 5% 정도는 독서 등 자기계발에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CEO 자신이 버거를 만드는 일이 단순 반복 업무라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바다코스타스는 “다양한 복지 지원을 통해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이 로봇은 사람 도움 없이 주문부터 재료 손질, 패티 굽기 등 모든 요리 과정을 혼자서 한다. 사람은 재료를 로봇에 채워넣거나 완성된 햄버거를 소비자에게 건네는 일만 한다. 크리에이터 전에도 햄버거 패티를 굽는 로봇을 개발한 사례가 있었지만 요리의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내는 로봇은 처음이다.
알렉스 바다코스타스 크리에이터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로봇이 만드는 요리는 맛이 균일한 데다 조리 속도도 빠르다”며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 가격에 고급 수제버거 제공
셰프 로봇은 소비자가 태블릿PC로 주문하면 그때부터 햄버거를 만들기 시작한다. 빵을 자른 뒤 그 위에 피클과 토마토, 양파, 치즈 등의 재료를 순서대로 올린다. 재료의 두께를 ㎜ 단위로 정확하게 측정해 조리하고 주문에 따라 각종 소스도 ㎎ 단위로 정밀하게 계량해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즉석에서 소고기를 갈아 그릴에 굽는다. 햄버거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모든 조리 과정은 탑재된 센서와 AI로 제어된다. 약 4.3m 길이의 이 AI 로봇은 20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350개 센서로 구성됐다.
버거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패티는 방목해 기른 소의 가슴살을 이용한다. 고기를 마구 으깨지 않고 먼저 가닥 형태로 만든 뒤 수직으로 교차시켜 패티를 완성한다. 버거를 먹을 때 씹는 방향과 고기 가닥이 놓인 방향이 일치해 식감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패티의 육즙을 유지하기 위해 굽는 온도도 AI로 정밀하게 제어하고 있다. 또 크리에이터는 매일 배달되는 신선한 재료와 최고급 소스를 사용한다. 외신들은 “유명 셰프가 만든 햄버거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맛과 품질을 갖춘 수제버거라면 보통 미국에선 15~16달러를 받지만 셰프 로봇이 만든 햄버거 가격은 맥도날드 빅맥과 비슷한 6달러다.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이다.
화요일과 수요일만 영업하는 크리에이터는 한 달 치 주문 예약이 모두 끝나 있을 정도로 인기다. 바다코스타스 창업자는 “9년 전 이 작업에 처음 착수할 당시엔 이런 방식이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은 불가피한 일이 됐을 뿐 아니라 이렇게 만들어진 햄버거의 맛과 품질이 훨씬 좋다”고 말했다.
햄버거 레스토랑 집안 출신의 창업자
바다코스타스 창업자는 패스트푸드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캘리포니아주에 기반을 둔 ‘에이스 버거스’를 운영하고 있다. 바다코스타스는 창업 전 이미 가족이 운영하는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수만 개의 햄버거를 조리해 봤다. 바다코스타스는 “매일 400개 이상의 햄버거를 만드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햄버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경험이 버거 로봇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던 그는 3학년 때 로봇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바다코스타스는 “밤에 자려고 누워서 ‘로봇이 요리해주는 주방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상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떠올린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어 친구들에게도 알렸다.
그 뒤 바다코스타스는 집 차고에 있는 도구들을 이용해 로봇 주방을 꾸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아이디어가 잡초처럼 계속 뻗어나갔다”고 말했다. 바다코스타스는 버거 제조기를 개발하기 위해 애플, 테슬라, 미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공학자와 디자이너, 로봇공학 전문가들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크리에이터의 가능성에 주목한 투자도 이어졌다. 구글벤처스, 코슬라벤처스, 루트벤처스 등으로부터 2013년 600만달러, 2017년 183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8년 가까이 로봇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크리에이터는 세계 각지로 매장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처럼 부자 도시가 아닌 교외로도 매장을 넓혀간다는 구상이다. 버거 가격이 6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저가 시장을 공략하기에 더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공항 터미널과 기차역, 대학 등에도 로봇 버거 매장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바다코스타스는 “로봇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속화하는 자동화 기술과 AI의 결합
하지만 크리에이터의 버거 로봇은 ‘혁신적이다’는 찬사와 함께 요식업 고용을 줄일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자동화 기술이 AI 기술과 결합하면서 단순 노동자의 실직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버거 로봇을 사용하면 매장에서 주방이 차지하는 면적도 50% 줄일 수 있어 고정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
바다코스타스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 재료 관리 및 식당 직원의 시급을 미국 평균보다 높은 16달러(약 1만8000원)로 책정했다. 또 근무 시간의 5% 정도는 독서 등 자기계발에 사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CEO 자신이 버거를 만드는 일이 단순 반복 업무라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바다코스타스는 “다양한 복지 지원을 통해 레스토랑의 직원들이 창의적이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