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술은 스스로 보호하자”

- 중소기업 기술탈취 방지를 위한 유의 사항에 대하여 -
특허법인 해움 류철 변리사
특허법인 해움 류철 변리사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기술탈취의 예시로는 대기업의 요구로 관련 기술 자료를 제공하였는데 거래 불발 또는 종료 후 동일 제품 또는 서비스를 대기업에서 출시하거나, 다른 회사에 해당 기술을 그대로 넘겨주는 경우, 자금이나 기술지원없이 하청기업이 개발한 기술에 대하여 공동 특허를 요구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사례는 644건에 달하고, 건당 피해 액수만도 17억원에 이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술 탈취 피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나 경찰에 신고한 중소기업은 3.8%에 그친다. 기술탈취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 거래를 끊겠다는 대기업의 갑질에 시달릴 뿐 아니라 소송을 제기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갑질에 기초한 기술 탈취를 근절하기 위해 최근 정부 차원에서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비밀유지협약서 체결의 의무화”, “기술 자료 요구금지 제도 강화”, “기술탈취에 대한 입증책임의 대기업으로의 전환”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특히, 해당 대책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강화한 점이 가장 눈에 띈다. 2011년 하도급법에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었으나, 관련 법률의 규정이 상이하고, 일부 법률(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등) 이외에는 손해액 자체에 대한 산정기준이 미흡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에 해당 대책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모두 도입하고, 배상액도 손해액의 최대 ‘10배 이내’로 강화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이 법제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기술탈취는 우리 사회에 뿌리가 깊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종속적인 갑을 관계와 기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이라는 인식 부족, 낮은 보인 인식 등을 기저에 두고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근시일내에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 칼럼에서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유의하여야 할 사항을 짚어보고자 한다.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무조건 권리화하자.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했는지 여부, 중소기업이 해당 기술을 실제 보유하고 있었는지 여부, 기술의 완성시기가 언제인지, 대기업의 실시 기술이 중소기업의 기술과 동일한지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은 매우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탈취 우려가 있는 주요 기술에 대해서 특허 출원 등을 통해 권리화를 시도하는 것은 이러한 입증 책임의 부담을 덜고,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즉, 완성된 기술을 특허 출원하면, 최소한 특허 출원 시를 기준으로 해당 기술을 중소기업에서 개발 완료하여 유효하게 보유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으며, 추후 권리가 등록된다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사전에 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 양도나 라이센싱 체결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최악의 경우, 대기업의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하여 관련 법규에 따라 민, 형사상의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권리화는 “잘”해야 한다. 권리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히려 출원 또는 권리화에 의해 핵심 기술 내용만 외부에 공개되고 보호는 받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예시로서, “서오텔레콤과 LG유플러스(구 LG텔레콤)”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서오텔레콤의 김성수 대표는 2001년 9월 휴대폰이 닫혀있어도 비상 버튼만 누르면 보호자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는 기술을 개발, 특허출원 및 등록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예상과는 달리 소송전을 벌이게 됐다. 김 대표는 "2002년부터 LG유플러스에서 기술 설명과 자료 제출을 요구해서 두 차례 찾아갔다"며 "2년 뒤에는 우리 기술과 똑같은 '알리딘폰'이 출시됐다"고 밝혔다. 김대표는 이후 관련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권리보호확인심판, 특허법원 소송,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하였다. 김대표는 15년간 지속된 소송으로 수억원의 비용을 날렸으며, 현재, 대법원에 불복을 한 상태이지만 승소를 낙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서오텔레콤이 이렇게 기술보호에 실패하게 된 것은 권리화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특허권은 특허청구범위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권리범위가 결정되는데, 서오텔레콤은 이러한 특허청구범위에 권리범위 협소하게 해석되게 할 수 있는 한정을 포함시키는 등 특허청구범위의 기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권리화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적절하게 방어하지 못하는 결과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 어떠한 결론에 이르게 될지는 아직 지켜볼 바이기는 하나, 기술에 권리화를 “잘”해야만 권리화를 통해 기술탈취를 적절히 방어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기술 자료의 제공은 피하고, 불가피하게 제공한 경우라면 기술 자료 제공 사실에 대한 증거를 충분히 남겨놓자.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 등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기술 자료는 최대한 제공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와 관련하여, 상생협력법, 하도급법에서는 기술 자료 요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예외적인 경우(공동기술개발의 경우 등)에 한하여 이를 허용하되, 이 경우에도 반드시 요구서면을 발급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구두, 전화, 메일 등을 통해 비밀자료를 요구하고 비밀유지협약서도 체결해 주지 않는 상황이 매우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기술 자료의 제공에도 불구하고 비밀유지협약서를 체결하지 않는 경우, 비밀관리성의 위반을 이유로 해당 기술이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기술탈취의 발생 시, 탈취 사실에 대한 입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기업의 기술 자료 요청이 있는 경우, 해당 내용을 녹음하거나, 저장하여 기록하고, 대기업에 제공한 기술 자료의 내용, 제공 일자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확보해 두는 것이 요구된다.

기술임치 제도를 활용하자.

기술임치는 기술개발의 시기 및 완료 사실을 입증하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술임치제도는 거래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일정한 조건하에 서로 합의하여 핵심 기술 자료를 신뢰성 있고 임치설비를 갖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안전하게 보관해 둠으로써 중소기업은 기술유출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대기업은 해당 중소기업의 파산ㆍ폐업시 해당 임치물을 이용하여 관련 기술을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상생협력법에 따르면 임치 대상인 기술에 대하여 임치 기업이 그 내용대로 유효하게 기술을 개발했음을 인정하여 기술개발 시기, 사실에 대한 법정 추정력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임치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기술탈취의 발생 시 입증 책임의 문제를 덜고, 개발 기술을 적절하게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회피하기 위해 몇 가지 유의할 사항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지문 관계상 언급하지 못하는 다른 많은 유의 사항 또한 존재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술탈취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사소해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번거롭거나 껄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모이고 또 모여서, 보다 효과적으로 자사의 기술을 보호하고, 나아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환경 조성과 기술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도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특허법인 해움 류철 변리사

정리= 경규민 기자 gyu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