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가 번갈아가며 아시아를 제패했던 한국 하키지만 이제 인도, 파키스탄 등 전통의 강국은 물론 일본, 중국 동아시아 국가의 위협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남녀 하키 대표팀 모두 일본의 벽에 막혔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28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3으로 분패했다.
일본에 골 득실에서 앞섰던 대표팀은 일본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으나 쉽게 실점하고 어렵게 득점하길 반복하면서 결국 1점 차로 지고 말았다.
막판에 얻은 몇 차례의 페널티 코너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이어 29일엔 여자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일본에 0-2로 패했다.
3쿼터까지 팽팽하게 맞서다가 4쿼터에 연이어 실점했다.
여자팀은 30일 중국과 동메달을 놓고 맞붙고, 남자팀은 내달 1일 방글라데시와 5·6위 결정전을 치른다.
한국은 아시아 하키 강국이었다.
1958 도쿄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하키가, 이어 1982 뉴델리 대회에서 여자 하키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이후 한국은 전체 24개 금메달 중 9개를 가져갔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1982년 첫 출전한 여자 팀이 은메달을 거머쥐고 1986 서울 대회에선 남녀 동반 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2006 도하 대회까지는 남자든 여자든 한 팀 이상은 정상에 올랐다. 2010 광저우 대회에선 남자가 4위에 그치고 여자도 중국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지만 4년 후 인천에서 여자팀이 중국에 설욕하고 정상을 탈환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없는 하키 결승이 치러지게 된 것은 여자 하키가 정식종목이 되기 직전인 1978 방콕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하키의 위상 변화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감지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남자팀은 출전권조차 얻지 못했고, 여자는 1무 4패 조 하위로 대회를 마쳐야 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의 성과가 기적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부진이다.
올림픽 메달까지 수확했음에도 여전히 대표적인 비인기 구기종목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고 선수는 나날이 줄고 있다.
비슷한 여건 속에서도 과거엔 정신력과 투지로 성과를 이뤄냈다면 이젠 한계에 부딪혔다.
남자팀의 경우 리우 올림픽 출전 좌절 이후 미래를 내다보며 세대교체까지 단행했기 때문에 과도기마저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대회 우승팀에 주어지는 도쿄 올림픽 직행 티켓 확보에 실패한 남녀 대표팀은 다시 힘겨운 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하키가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지, 아니면 이대로 변방이 될지 앞으로 몇 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