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 권한 남용 통제조치 없어"…2020년 3월까지만 법조항 효력 인정
국정원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 헌법불합치… "통제장치 둬야"
인터넷 회선을 오가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이른바 '패킷 감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문모 목사가 패킷감청을 허용한 통신비밀보호법 5조가 헌법상 영장주의 등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인터넷 회선 감청의 집행단계나 집행 이후에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고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범죄수사를 이유로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신제한조치 허가 대상으로 정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요구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단순위헌 결정을 할 경우 수사기관이 인터넷회선 감청을 통한 수사를 행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조항의 효력을 2020년 3월 31일까지만 유지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패킷 감청이란 심층패킷분석(DPI)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회선을 오가는 모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감청하는 것을 뜻한다.

특정 사용자가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메신저 등을 화면에 구현한 모습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5조는 수사기관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를 위해 용의자가 보내거나 받은 우편물, 전기통신에 대해 통신제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국가정보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전직 교사인 김형근씨 명의로 가입된 인터넷 전용회선과 인터넷전화 통화내역을 감청했다.

이후 국정원은 김씨에게 패킷 감청을 집행했다는 사실을 통보했고, 김씨가 2011년 3월 헌법소원을 냈다.

하지만 헌재는 5년간 판단을 내리지 않다가 김씨가 간암으로 사망하자 2016년 2월 "청구인이 숨져 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다"며 심판을 종결했다.

이에 김씨와 같은 사무실에서 인터넷회선을 함께 썼다는 이유로 패킷 감청을 당한 문 목사가 2016년 3월 같은 취지로 헌법소원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