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고 맛있어하는 요리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고 싶어 가게를 연다. 하지만 의욕만으로는 곧 한계에 부딪힌다. 충분한 숙련 기간을 거쳐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외식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도 갖춰야 하는데 그런 준비를 못 했다. 많은 사람이 외식업에 뛰어들었다가 오래 안 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식 대담》은 외식업을 시작한 이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면서 살아남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음식평론가 이용재다. 그는 셰프, 파티시에, 바텐더 등 국내 외식업의 최전선에 있는 열두 명을 만나 그들의 다양한 노하우를 듣고 정리했다.

[책마을] 12인의 외식업 고수, 장사 노하우를 말한다
서울 강남구 한식전문점 ‘권숙수&설후야연’의 권우중 셰프는 좋은 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산지를 찾거나 매일 장을 본다. 기존의 식자재 공급 경로는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품질이 뛰어난 재료, 특히 해산물을 고르기 위해선 많은 경험에서 오는 안목이 필요하다. 권 셰프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데도 좋다”고 설명한다.

서울 서초구의 디저트 전문점 ‘메종 엠오’의 이민선 셰프는 자신이 추구하는 맛의 방향은 고수하고 판매 방식에 변화를 줬다. 마들렌 피낭시에 등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도록 일반 제과점처럼 봉지 포장을 하지 않고 진열대에 두고 판매했다. 이를 통해 메종 엠오의 마들렌은 큰 인기를 얻었다.

주방에만 매여 있을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외식업에 뛰어든 이들은 음식을 많이 파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작은 빵집’ ‘1인 가게’ ‘골목상권’ 등 유행하는 키워드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의 개성과 기술을 보여주면서 생존하길 원한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다른’ 음식과 가게를 찾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과 요리 과정까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반의 김태윤 셰프는 가게 운영 햇수가 늘수록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사 경험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음식과 관련된 것은 뭐든지 흡수하려고 전시회나 인문학 강의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열두 명과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한다. “이들은 매장을 늘리거나 트렌드에 부합하는 아이템을 개발하는 데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장사법을 고민하면서도 맛과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함께 고려합니다. 그렇게 자기 요리의 지향점을 찾고 대중과의 접점을 찾아야 확고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용재 지음, 반비, 416쪽, 1만8000원)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