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특권과 예외가 판치는 사회, 그 결말은 참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패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
세라 체이스 지음 / 이정민 옮김
이와우 / 314쪽│1만6000원
세라 체이스 지음 / 이정민 옮김
이와우 / 314쪽│1만6000원
아프가니스탄 전직 경찰 누랄라의 형 나지브는 파키스탄에서 자동차 부품을 사들고 아프간으로 온다. 돌아오며 거친 검문소는 8곳. 검문소마다 관세 명목으로 돈을 내야 했다. 마지막 검문소에서 경찰이 또 돈을 요구했다. 그가 거부하며 신고하려 하자 경찰은 그의 휴대폰을 박살냈다.
무장단체 탈레반이 떠난 뒤에도 폭력이 난무하는 아프간의 도시 칸다하르를 피해 시민들은 외곽으로 이주한다. 이를 놓칠세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형이자 사업가인 카이엄은 국가 소유의 칸다하르 외곽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주택단지를 개발한다. 이후 이주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집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다.
그동안 아프간 분쟁은 민족적 편견이나 이슬람교 무시에 따른 세력 간 갈등으로 비쳐져왔다. 하지만 그 이면엔 이 같은 ‘부패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중세 이슬람 역사를 공부한 저자 세라 체이스는 《부패한 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아프간을 비롯해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튀니지, 나이지리아 등의 극단적 부패 정권이 만들어 낸 부당한 사회구조를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미국 내셔널퍼블릭 라디오 특파원으로서 탈레반을 쫓다 폐허가 된 아프간 재건을 돕기 위해 그곳에 눌러앉은 저자는 “부패로 타락한 정치권력이 반란을 부추겼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성공할 수 없고, 상식과 공정한 경쟁이 번번이 무너지며 ‘특권’과 ‘예외’가 빈번하게 통용되는 사회들이었다. 그 뒤에 ‘힘 있는 권력’이 있었다. 아프간의 부패한 관리와 자본가들의 누적된 횡포에 눌려 절망 속에 허우적대던 이들이 결국 극단주의 종교단체를 살길로 선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아프간에 체포된 탈레반 수감자들에게서 들은 내용 역시 우리가 알던 ‘사상자에 대한 원한’이나 ‘미군 주둔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다.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아프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부패가 확산되다 못해 제도로 자리 잡았고 폭력적 방법 외엔 아프간 정부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를 무장봉기로 실행했다.
저자가 서구 국가 대신 아프간, 나이지리아 같은 후진국의 부패정치를 유독 앞세운 이유는 ‘암묵적 우월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합리적 정부를 가질 만한 능력이 없고, 본래 약탈에 취약한 문화를 지녔으며, 개혁은 불가능하고 봉쇄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만을 받아왔다. 이 메시지는 놀랍게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인접 국가들에도 적용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의 경제 역시 부패정치 네트워크에 점령당했고 2008년 경제 붕괴로 이어졌지만 양국 국민은 같은 메시지에 의해 명백한 정치 범죄에 정면으로 대응하길 꺼렸다. 저자는 통치체계가 국민의 목적에 맞게 움직이려면 유지보수가 필요하며 이를 고칠 의무와 권리는 피지배자인 국민에게 있다는 걸 재차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무장단체 탈레반이 떠난 뒤에도 폭력이 난무하는 아프간의 도시 칸다하르를 피해 시민들은 외곽으로 이주한다. 이를 놓칠세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형이자 사업가인 카이엄은 국가 소유의 칸다하르 외곽 공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주택단지를 개발한다. 이후 이주한 사람들에게 비싼 값에 집을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다.
그동안 아프간 분쟁은 민족적 편견이나 이슬람교 무시에 따른 세력 간 갈등으로 비쳐져왔다. 하지만 그 이면엔 이 같은 ‘부패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중세 이슬람 역사를 공부한 저자 세라 체이스는 《부패한 권력은 어떻게 국가를 파괴하는가》라는 책을 통해 아프간을 비롯해 모로코, 알제리, 이집트, 튀니지, 나이지리아 등의 극단적 부패 정권이 만들어 낸 부당한 사회구조를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미국 내셔널퍼블릭 라디오 특파원으로서 탈레반을 쫓다 폐허가 된 아프간 재건을 돕기 위해 그곳에 눌러앉은 저자는 “부패로 타락한 정치권력이 반란을 부추겼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성공할 수 없고, 상식과 공정한 경쟁이 번번이 무너지며 ‘특권’과 ‘예외’가 빈번하게 통용되는 사회들이었다. 그 뒤에 ‘힘 있는 권력’이 있었다. 아프간의 부패한 관리와 자본가들의 누적된 횡포에 눌려 절망 속에 허우적대던 이들이 결국 극단주의 종교단체를 살길로 선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아프간에 체포된 탈레반 수감자들에게서 들은 내용 역시 우리가 알던 ‘사상자에 대한 원한’이나 ‘미군 주둔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다. 수감자들은 하나같이 “아프간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부패가 확산되다 못해 제도로 자리 잡았고 폭력적 방법 외엔 아프간 정부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를 무장봉기로 실행했다.
저자가 서구 국가 대신 아프간, 나이지리아 같은 후진국의 부패정치를 유독 앞세운 이유는 ‘암묵적 우월주의’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합리적 정부를 가질 만한 능력이 없고, 본래 약탈에 취약한 문화를 지녔으며, 개혁은 불가능하고 봉쇄만 가능하다는 메시지만을 받아왔다. 이 메시지는 놀랍게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인접 국가들에도 적용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의 경제 역시 부패정치 네트워크에 점령당했고 2008년 경제 붕괴로 이어졌지만 양국 국민은 같은 메시지에 의해 명백한 정치 범죄에 정면으로 대응하길 꺼렸다. 저자는 통치체계가 국민의 목적에 맞게 움직이려면 유지보수가 필요하며 이를 고칠 의무와 권리는 피지배자인 국민에게 있다는 걸 재차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