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창출,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 패러다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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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 "고용 악화 걱정"
"지자체가 일자리 사업 예산
더 갖고 책임지고 운용해야"
'일자리 창출' 공언한 단체장들
부산 13만개·경북 10만개
인천 6만3천개 등 창출 약속
지역 민원도 대거 쏟아내
원희룡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이용섭 "광주형 일자리 지원을"
최문순 "일자리 예산 17조 중 진짜 일자리 사업에 쓴돈은 일부"
문재인 대통령 "고용 악화 걱정"
"지자체가 일자리 사업 예산
더 갖고 책임지고 운용해야"
'일자리 창출' 공언한 단체장들
부산 13만개·경북 10만개
인천 6만3천개 등 창출 약속
지역 민원도 대거 쏟아내
원희룡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이용섭 "광주형 일자리 지원을"
최문순 "일자리 예산 17조 중 진짜 일자리 사업에 쓴돈은 일부"
문재인 대통령이 ‘하향식’으로 이뤄지던 지역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일자리 협치’ 주문에 30일 모인 17곳 시·도지사들은 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 “획일적 정부지침 한계”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도지사들과 취임 후 첫 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고용지표 악화로 국민 걱정이 크고, 지역 경제도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운 곳이 많다”며 지방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하향식 소통 방식 탓에 지자체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업은 지역의 필요와 여건에 맞게 추진돼야 하는데 정부가 세부적인 사항까지 기획해서 지침을 내리고 지자체가 그 틀에 맞춰 재정을 매칭 부담하는 지금까지의 하향식 획일적 방법으로는 좋은 결실을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일자리사업을 지역이 주도하도록 업무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기적으로 열던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간담회도 월 1회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자체가 더 많은 재원을 갖고 책임있게 운용할 수 있어야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는 대통령이 지방 분권 의지를 갖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을 논의하는 첫 자리라는 의미에서 뜻깊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고용 문제 해결도 중앙, 지방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이 효과를 거두도록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뒷받침하고 지자체별로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수십만 개 공언한 지자체장
문 대통령이 지자체장을 한데 모아 ‘일자리 협치’를 강조하면서 각 시·도지사들은 앞다퉈 대규모 일자리 창출 목표를 들고 나왔다. 제주도 3만3000개, 경상북도 10만 개, 전라북도 6만1000개, 인천시 6만3000개, 부산시 13만 개 등 이날 발표된 일자리 확대 계획만 40만 개를 훌쩍 넘는다.
지자체마다 제시한 방법은 다르지만 상당수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제주에서 활동하게 해달라”며 제주도를 블록체인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영세기업 위주인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공공일자리 비중이 너무 낮다”며 공공일자리 확대 의지를 밝혔다. 전국적으로 체납자 조사를 해 체납 세금을 징수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녹색기후기금(GCF)단지를 조성해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자리사업 부풀려졌다”
문 대통령이 상향식 소통을 강조한 이번 첫 간담회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각종 민원도 쏟아졌다. 이 같은 모습에 박 시장은 “대통령이 머리가 아프시겠다”며 농담 섞인 우려를 표했다.
17곳 시·도지사들은 정책 제언 형식의 ‘지역 민원’을 한아름 안고 올라왔다. 박남춘 시장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대상 지역이 대부분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재생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기업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의 창업기업 법인세를 전액 감면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과 특혜성 논란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지역일자리지원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국가정책사업을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예산타당성조사를 면제해달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얘기하지만 결국 지자체장 모두가 청와대에 기대려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작년 25개 부처 180개 일자리사업에 17조원이 들어갔지만 대부분 일자리사업이 아니다”며 “각 부처가 인건비를 일자리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지사는 또 “(이런 사업은) 국민이 일자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실제 일자리사업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에서 청년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끓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1년 새 청년 6500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4년제 대학 졸업생 60%가 수도권으로 나갔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 “획일적 정부지침 한계”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시·도지사들과 취임 후 첫 번째 간담회를 열었다. 회의 주제는 일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좋은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고용지표 악화로 국민 걱정이 크고, 지역 경제도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운 곳이 많다”며 지방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하향식 소통 방식 탓에 지자체와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업은 지역의 필요와 여건에 맞게 추진돼야 하는데 정부가 세부적인 사항까지 기획해서 지침을 내리고 지자체가 그 틀에 맞춰 재정을 매칭 부담하는 지금까지의 하향식 획일적 방법으로는 좋은 결실을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일자리사업을 지역이 주도하도록 업무 방식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기적으로 열던 중앙 정부와 지자체의 간담회도 월 1회로 정례화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지자체가 더 많은 재원을 갖고 책임있게 운용할 수 있어야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도지사협의회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자리는 대통령이 지방 분권 의지를 갖고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을 논의하는 첫 자리라는 의미에서 뜻깊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고용 문제 해결도 중앙, 지방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이 효과를 거두도록 정부 정책을 현장에서 뒷받침하고 지자체별로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수십만 개 공언한 지자체장
문 대통령이 지자체장을 한데 모아 ‘일자리 협치’를 강조하면서 각 시·도지사들은 앞다퉈 대규모 일자리 창출 목표를 들고 나왔다. 제주도 3만3000개, 경상북도 10만 개, 전라북도 6만1000개, 인천시 6만3000개, 부산시 13만 개 등 이날 발표된 일자리 확대 계획만 40만 개를 훌쩍 넘는다.
지자체마다 제시한 방법은 다르지만 상당수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제주에서 활동하게 해달라”며 제주도를 블록체인특구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영세기업 위주인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공공일자리 비중이 너무 낮다”며 공공일자리 확대 의지를 밝혔다. 전국적으로 체납자 조사를 해 체납 세금을 징수하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녹색기후기금(GCF)단지를 조성해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자리사업 부풀려졌다”
문 대통령이 상향식 소통을 강조한 이번 첫 간담회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각종 민원도 쏟아졌다. 이 같은 모습에 박 시장은 “대통령이 머리가 아프시겠다”며 농담 섞인 우려를 표했다.
17곳 시·도지사들은 정책 제언 형식의 ‘지역 민원’을 한아름 안고 올라왔다. 박남춘 시장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대상 지역이 대부분 수도권과밀억제권역으로 재생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기업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조세특례제한법상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의 창업기업 법인세를 전액 감면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과 특혜성 논란 탓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지역일자리지원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국가정책사업을 적기에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예산타당성조사를 면제해달라”고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지방분권을 얘기하지만 결국 지자체장 모두가 청와대에 기대려는 모습”이라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작년 25개 부처 180개 일자리사업에 17조원이 들어갔지만 대부분 일자리사업이 아니다”며 “각 부처가 인건비를 일자리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지사는 또 “(이런 사업은) 국민이 일자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실제 일자리사업은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각 지역에서 청년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끓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1년 새 청년 6500명이 빠져나갈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4년제 대학 졸업생 60%가 수도권으로 나갔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