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잠재성장률 수준 성장세·금융안정 유의' 강조
물가 전망 하향 방침에 3년 만기 국채금리 연중 최저
금통위서 또 나온 인상 소수의견… 연내 금리 인상론 아직 유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지됐다.

올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저금리 부작용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올해 인상 가능성을 낮게 점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한은이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낮추고 취업자 증가 폭도 하향 조정할 방침을 밝힌 점이 그 이유다.

한은은 31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유지했다.

한은은 경제가 대체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진단했지만 설비·건설투자와 고용 부진 때문에 경기를 더 점검해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내 금리 인상 불씨는 남겼다.

지난달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위원이 이번에도 0.25%포인트 인상 소수의견을 밝힌 것이다.

통상 소수의견은 금통위의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10월 한은 금통위에서 이 위원이 인상 소수의견을 내자 다음 달인 11월에 한은이 실제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당시 경제 상황과 현재 경기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수출이 여전히 견고하고 올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2.8∼2.9%) 성장이 전망된다는 점에서 연내 금리 인상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일자리 사정이 나아지지 않고 소비심리·기업 체감경기 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한은은 성장률 전망을 2.9%로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경제는 잠재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목표 수준으로 물가가 수렴할 시기엔 통화정책의 완화 수준을 조정하겠다고 연초부터 말씀드렸다"며 "그 스탠스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금융안정을 이전보다 더 강조한 점 역시 주목된다.

저금리와 같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그간 가계부채를 급증시키고 부동산시장을 과열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해부터 가계부채는 증가속도가 둔화했으나 여전히 소득보다 더 빨리 불어나고 있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이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축적을 방지할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통위서 또 나온 인상 소수의견… 연내 금리 인상론 아직 유효
인상 시점에 대한 신호는 뚜렷하게 없었다.

여기에 한은이 물가 상승률과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을 하향하겠다고 밝힌 탓에 일각에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한은이 제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인 1.6%보다 물가 상승세가 더뎌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 정책의 영향 때문이다.

취업자 수 전망도 18만명에서 더 낮아지리라고 봤다.

물가, 고용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적지 않게 고려하는 거시경제 지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916%로 전날보다 6.4bp(1bp=0.01%포인트) 내렸다.

이는 연중 최저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시작해 소수의견을 밝힌 직후인 오전 11시 30분께부터 낙폭을 키워 장 마감 직전에 하락 폭을 확대했다.

간담회에서는 이 총재의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에 금리 인상 실기론이 불거지고 올해 금리 인상은 어렵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음에도 한은이 뚜렷하지 않은 신호 보내기만을 되풀이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곧바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더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