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심은 나무가 오히려 미세먼지 농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中 인공숲 조성 후 대기오염 더 악화됐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대기 질 개선과 토양 침식 방지, 수자원 보존 등을 위해 스모그가 심각한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녹색 만리장성’으로 불리는 식목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3월까지 조성한 인공 숲의 면적은 69만3000㎢. 프랑스 국토 면적(64만3800㎢)보다 넓다. 식목 사업을 한 결과 1949년 중국 국토의 8.6%에 불과했던 숲의 면적은 지난해 21.7%로 늘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식목 사업이 되레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학원과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가 공동 연구해 이달 초 학술 전문지 ‘대기화학과 물리학’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14년 1월 심각한 스모그가 중국 북부지역을 휩쓸었을 때 인공 숲으로 대기오염이 심화됐다. 당시 베이징 허베이성 톈진 등 북부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인공 숲으로 인해 6% 증가했다. 초미세먼지를 흩어지게 하는 바람의 작용을 인공 숲이 막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집안에 먼지가 가득 찼을 때 창문을 열어 바람을 통하게 하면 먼지가 밖으로 나가지만 창문을 열지 않으면 먼지가 흩어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공 숲이 바람의 흐름을 막는 창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인공 숲이 북부 전역으로 확대되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1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연구와는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전 연구에서는 나뭇잎이 에어필터 역할을 해 대기 중 오존과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미세먼지 등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로 중국 정부가 식목 사업을 중단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