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9월1일 취임 20주년을 맞는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최 회장 취임 후 에너지·석유화학·통신에 이어 반도체 사업을 추가한 SK그룹은 바이오, 모빌리티, 공유 인프라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의 파고를 이겨내고 재계 순위 5위에서 3위로 오르기까지 최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최태원號 20년 질주… SK그룹, 국가 수출 13% 담당하며 재계 3위로
20년간 자산·수출·시가총액 급성장

SK그룹은 20년 전만 해도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를 갖고 있었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이 그룹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최 회장은 미국, 중국 등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1998년 말 8조3000억원 수준이었던 총 수출액은 지난해 75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139조원) 가운데 수출 비중도 역대 최대인 54%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578조원) 중 SK그룹의 기여도는 13%에 달했다. 20년 전 34조1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192조6000억원으로 5.6배 커졌고, 매출은 37조4000억원에서 158조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은 124조9730억원을 기록해 재계 2위에 올랐다.

SK그룹이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내실까지 다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업 다각화가 있다. SK는 2011년 말 반도체 기업 하이닉스를 3조4267억원에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에너지·화학·정보통신기술(ICT) 중심이었던 기업 구조에 반도체를 추가해 그룹의 도약을 추구하겠다는 전략이었다. SK의 하이닉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그룹 안팎에서 ‘무리한 투자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결정 1년 전부터 반도체의 기본 원리와 역사, 기술 동향 등 반도체에 대해 공부한 뒤 확신을 갖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적극적인 M&A로 사업 강화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후에도 반도체 분야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에 참여해 지난해 9월 일본 도시바 메모리사업부문의 인수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8월에는 반도체용 웨이퍼 제작업체인 LG실트론 인수를 마무리하고 SK실트론을 공식 출범시켰다. 2015년 11월에는 반도체 제조 등에 필수적인 삼불화질소(NF3)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OCI머티리얼즈가 SK 계열사로 변신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는 최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CDMO)기업인 앰팩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만 7000억~80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M&A였다. SK(주)의 100% 자회사 SK바이오텍은 지난해 6월 글로벌 제약회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스워즈 공장을 인수하며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는 최 회장이 매번 강조하는 ‘딥체인지(근본적 변화)’가 있다. 현실에 안주하면 아무리 큰 기업도 한순간에 급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최 회장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SK그룹은 쏘카, 그랩 등 국내외 차량공유 회사들과 협력하면서 모빌리티 및 공유경제로 폭을 넓히고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최종현 선대회장은 생전 기업 경영과 함께 인재 육성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았다. 어떤 대가도 없이 인재 육성에 노력한 아버지를 보고 자란 최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면 사회는 SK라는 기업을 존경하고 지지해 다시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신념에서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를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뉴SK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