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우즈베크전 눈물' 김학범의 고백 "선수들 혼냈어요"
"말레이시아전에서 지고도 혼내지 않았는데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크게 화를 냈어요."

3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비농의 페르시카고 스타디움 훈련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을 하루 앞둔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도착하기 직전 그라운드 잔디를 점검하다가 불쑥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는데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나고 화를 한 번 냈어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6-0 승리를 따내며 시원하게 출발했지만 이틀 뒤 치른 말레이시아전에서 1-2로 패하는 '반둥 쇼크'를 당했다.

전력에서 한참 떨어지는 말레이시아에 선제골까지 내주며 우왕좌왕하던 대표팀은 후반에 '캡틴' 손흥민(토트넘)까지 교체 투입하는 힘든 경기 속에 1-2로 패했다.

1차전에 나섰던 베스트 11에서 무려 6명이나 바꿔 말레이시아를 상대한 김 감독의 전술적인 판단도 아쉬웠지만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뒤 선수들이 성급하게 덤비면서 일을 그르쳤다.

속상한 패배였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고, 태극전사들은 심기일전하며 연승행진으로 마침내 결승까지 진출했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난타전 끝에 120분 연장 혈투를 펼치며 4-3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방송사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잘해준 것 같다.

너무 힘들게…"라고 말한 뒤 끝내 눈물을 보였고, 인터뷰를 이어가지 못했다.

힘든 경기를 치른 뒤 감격에 겨운 눈물로 보였지만 사실은 선수들의 플레이에 대한 아쉬움이 더 강해 눈물이 났던 것이었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 경기가 끝나고 나서 선수들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라며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선수들이 또다시 실수를 이어가며 실점했다.

그런 부분이 화가 나서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을 혼냈다"고 조용히 말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전처럼 경기하면 결승전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라며 "결승전이 한·일전으로 치러지게 돼 선수들에게 더 말해줄 게 없다.

한·일전은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최선을 다한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