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울보' 손흥민(26·토트넘)이 아니었다.

소속팀이나 국제대회에서 분투하고 아쉬운 결과를 얻었을 때 종종 눈물을 짓곤 했던 그였지만,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따내고 이번엔 환하게 웃었다.

1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회 결승전.
운명의 한일전 120분의 혈투가 2-1 승리로 막을 내리자 지칠대로 지친 태극전사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은 채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아직은 우승이 완전히 실감 나지 않았을 때, 벤치에 있던 선수들이 병에 물을 담아 나와 그라운드에 뿌리며 수고한 동료들을 깨웠다.

선수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환희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송범근(전북) 등 일부 선수들은 기쁨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 속에 부담감을 안고 팀의 캡틴으로 나섰던 손흥민은 마침내 모든 짐을 내려놓은 환한 표정으로 김학범 감독을 들어 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래도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손흥민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흔들면서 관중석에서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 쪽으로 질주했다.

한참을 달려 그라운드 바깥 트랙에 벌러덩 누워버린 그의 위를 동료들이 덮치며 고생한 주장을 온몸으로 격려했다.
흥겨운 트럼펫 연주 속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팬들 앞으로 몰려간 선수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어깨에 태극기를 두르거나 손에 든 채 펄쩍펄쩍 뛰기도 하고 손을 흔들기도 했다.

황의조, 코치진과 함께 관중석 앞에서 자축하던 손흥민은 '상의 탈의 세리머니'까지 선보이며 '금빛 밤'을 마음껏 자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