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일각 "존재감 없다" 압박…김병준 '속도조절론' 내세워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아직 눈에 띄는 '혁신 성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의 펀더멘털(근본)을 바꾸는 일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속도조절론'을 강조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달 말 '추석 밥상'에 올려놓을 만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비대위 산하 4개 소위와 1개 특위는 매주 한두 차례씩 공개·비공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비대위가 내놓은 결과물은 없다.

김 위원장은 취임 초 문재인정부를 '국가주의'로 몰아붙이며 여론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거대 담론만 내놓았을 뿐 이에 뒤따르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비대위는 여의도연구원과 당 정책위원회를 통해 이달 중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응할 새로운 성장모델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지만, 추석 밥상에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새로운 비전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가치·좌표 재정립 소위도 이달 중 뚜렷한 성과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홍성걸 소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회의에서 "9월 한 달 정도밖에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추석을 넘긴 10월에야 나올 전망이다.

열린·투명정당 소위의 경우 나경원 소위원장이 당 로고와 당명 교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여론을 띄웠지만, 큰 호응은 없는 상태다.

비대위 내부에서조차 이를 우선순위로 보지 않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비대위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차원의 상품을 하나는 내놓을 시점이 됐다"며 "추석 밥상에 올려놓을 거리도 없으면 당이 아예 외면받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비대위가 너무 존재감이 없다.

결국 당의 존재감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떨어지는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제1야당이 흡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불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김 위원장은 속도조절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비대위 회의에서 "조급증 낼 일이 아니고 근본적 개혁이 중요하다.

추석 밥상에 오를 성과를 내야 한다는 요청이 심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태 사무총장도 통화에서 "당의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 작업이 중요한 만큼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면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너무 조용한 한국당 비대위… 혁신 성과는 언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