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나 등 판타지오 전속계약 분쟁 장기화 따른 우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조정 나선 연매협과도 소통 난항에 고립 가시화
판타지오 "회원사 자격 잃어 연매협 통한 조정 부담" 판타지오와 강한나 외 배우 3명 간 전속계약 분쟁이 좀처럼 끝을 맺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모양새이다.
판타지오와 배우들, 조정에 나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간 소통 실패 과정과 갈등 장기화에 따른 방송가의 우려, 전망 등을 2일 짚어본다. ◇ 판타지오 주주 변경 후 국경 넘어 격한 공문
시작은 '주주 변경'이었다.
배우 서강준과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위키미키 등 30여 명이 소속된 판타지오는 2016년 10월 중국 투자회사인 JC그룹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27.56%의 지분을 인수하고 다음해 유상증자로 50.07%를 가져가면서 최대 주주가 중국계로 변경됐다.
이후 JC그룹은 창업자 나병준 공동대표를 해임하고 중국 측 대표이사 단독 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강한나 등 일부 소속 배우는 회사의 전문성 부재를 우려하며 위약벌이 적용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전달했고, 판타지오는 법률적 대응을 선언하면서도 연매협 상벌위에 조정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한나 등은 이어 판타지오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자격 여부를 연매협에 질의, 연매협이 세 차례 질의했고 판타지오는 착오를 인정했다.
연매협은 부적격자가 100여 일간 운영한 판타지오에 회원자격 상실을 통보했으며 재등록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판타지오는 상벌위에 출석했지만 분쟁조정 신청은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소액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내고 적격한 새 이사를 선임했다.
그러면서 연매협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판타지오는 대한상사 중재원이 강한나와의 전속계약서 상에 명시된 분쟁해결기구라고 설명했다.
연매협과 판타지오 간 오간 20여 차례의 '격한' 공문 속에서 연매협은 주주 변경 후 대표 자리에 새로 앉은 인물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였고, 그 상태로 100일 넘게 영업을 했다는 점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판타지오는 이후 적격한 이사를 선임했고 과징금을 물었으니 해결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한동안 소통이 끊겼으나 최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앞으로 판타지오 소속 배우들과 협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업무상 난관이 가시화하자 사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 중국과는 다른 국내 매니지먼트업…'첫단추' 중요
갈등은 결국 국가 간 서로 다른 연예업계 환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배우와 그 배우를 데뷔시킨 대표(또는 매니저)는 '한몸'이다.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 중에 데뷔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키워주고 고락(苦樂)을 함께한 존재는 단순한 이윤을 넘어 연예생활 평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적지 않은 회사가 배우와의 전속계약 시 표준계약서 외 부속합의서에 '대표 변경 시 배우와 합의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법인 대표자가 바뀔 시 배우가 자동으로 새 대표에 귀속되는 '자산'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포함된 셈이다.
판타지오는 당초 관련 부속합의서가 없었고, 대규모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으로 구성된 판타지오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매니지먼트업을 하고 싶다면 국내 '관습'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연매협 관계자는 "우리에게 협조 요청과 조정을 요구한 것은 그들이다.
판타지오의 분쟁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배우들"이라면서도 "판타지오가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주주가 변경된 첫 사례이며 부적격이 되는 경우도 첫 사례이다.
때문에 기존 국내 대중문화산업계 질서에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자격 영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코스닥에 불성실하게 공시만 해도 영업 정지가 될 수 있는데 2015년 시행된 대중문화발전산업법은 너무나 미흡하다.
법적인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로마에 왔으면 로마 질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속한 시일 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 판타지오 "연매협 조정 부담스러워져"…'구역' 내 해결 필요
이러한 지적에 대해 판타지오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연매협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강한나 등 배우들, 그리고 연매협과의 소통 경과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판타지오는 연매협을 통한 조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등록 요건 미비 사항을 곧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도 연매협이 지난 5월 당사의 회원 자격 상실을 의결하면서 연매협에 조정을 신청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매협의 모든 출석요구에 응했고 공문에도 성실히 회신했다"며 "회사는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고, 소속 아티스트들은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방송업계에 좋을 일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말 내년 초 한한령(한류제한령·限韓令)이 본격적으로 완화될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형 기획사와 배우 간 갈등이 길어지고, 업계에서 고립되는 것은 비효율만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연매협 등에서는 판타지오 사례를 계기로 대중문화산업발전법 관련 조항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정부, 여야 관계자들과의 소통에도 나선 상황이다.
강한나 등 돌아설 배우들은 돌아섰고, 판타지오에 남고자 한 배우들은 그 안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가장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헤어질 것인가'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구역'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위약금 등 '디테일'은 그 다음이다.
/연합뉴스
판타지오 "회원사 자격 잃어 연매협 통한 조정 부담" 판타지오와 강한나 외 배우 3명 간 전속계약 분쟁이 좀처럼 끝을 맺지 못하고 장기화하는 모양새이다.
판타지오와 배우들, 조정에 나선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 간 소통 실패 과정과 갈등 장기화에 따른 방송가의 우려, 전망 등을 2일 짚어본다. ◇ 판타지오 주주 변경 후 국경 넘어 격한 공문
시작은 '주주 변경'이었다.
배우 서강준과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 위키미키 등 30여 명이 소속된 판타지오는 2016년 10월 중국 투자회사인 JC그룹 한국지사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27.56%의 지분을 인수하고 다음해 유상증자로 50.07%를 가져가면서 최대 주주가 중국계로 변경됐다.
이후 JC그룹은 창업자 나병준 공동대표를 해임하고 중국 측 대표이사 단독 체제를 선언했다.
이에 강한나 등 일부 소속 배우는 회사의 전문성 부재를 우려하며 위약벌이 적용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전달했고, 판타지오는 법률적 대응을 선언하면서도 연매협 상벌위에 조정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한나 등은 이어 판타지오의 대중문화예술기획업자 자격 여부를 연매협에 질의, 연매협이 세 차례 질의했고 판타지오는 착오를 인정했다.
연매협은 부적격자가 100여 일간 운영한 판타지오에 회원자격 상실을 통보했으며 재등록할 것을 주문했다.
이후 판타지오는 상벌위에 출석했지만 분쟁조정 신청은 하지 않았고, 그 사이 소액의 과태료와 과징금을 내고 적격한 새 이사를 선임했다.
그러면서 연매협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판타지오는 대한상사 중재원이 강한나와의 전속계약서 상에 명시된 분쟁해결기구라고 설명했다.
연매협과 판타지오 간 오간 20여 차례의 '격한' 공문 속에서 연매협은 주주 변경 후 대표 자리에 새로 앉은 인물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였고, 그 상태로 100일 넘게 영업을 했다는 점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했다.
판타지오는 이후 적격한 이사를 선임했고 과징금을 물었으니 해결됐다고 항변했다.
이에 한동안 소통이 끊겼으나 최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 앞으로 판타지오 소속 배우들과 협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업무상 난관이 가시화하자 사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은 모양새다. ◇ 중국과는 다른 국내 매니지먼트업…'첫단추' 중요
갈등은 결국 국가 간 서로 다른 연예업계 환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배우와 그 배우를 데뷔시킨 대표(또는 매니저)는 '한몸'이다.
수많은 연예인 지망생 중에 데뷔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키워주고 고락(苦樂)을 함께한 존재는 단순한 이윤을 넘어 연예생활 평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적지 않은 회사가 배우와의 전속계약 시 표준계약서 외 부속합의서에 '대표 변경 시 배우와 합의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한다.
법인 대표자가 바뀔 시 배우가 자동으로 새 대표에 귀속되는 '자산'으로 볼 수는 없다는 해석이 포함된 셈이다.
판타지오는 당초 관련 부속합의서가 없었고, 대규모 자본으로 움직이는 중국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는 이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자본으로 구성된 판타지오라 할지라도 국내에서 매니지먼트업을 하고 싶다면 국내 '관습'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연매협 관계자는 "우리에게 협조 요청과 조정을 요구한 것은 그들이다.
판타지오의 분쟁 대상은 우리가 아니라 배우들"이라면서도 "판타지오가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주주가 변경된 첫 사례이며 부적격이 되는 경우도 첫 사례이다.
때문에 기존 국내 대중문화산업계 질서에 동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자격 영업에 대해서는 "기업이 코스닥에 불성실하게 공시만 해도 영업 정지가 될 수 있는데 2015년 시행된 대중문화발전산업법은 너무나 미흡하다.
법적인 허점을 악용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배척하는 게 아니라 로마에 왔으면 로마 질서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속한 시일 내 정상적인 영업을 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 판타지오 "연매협 조정 부담스러워져"…'구역' 내 해결 필요
이러한 지적에 대해 판타지오는 일단 공식적으로는 "연매협이 아닌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강한나 등 배우들, 그리고 연매협과의 소통 경과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판타지오는 연매협을 통한 조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는 "등록 요건 미비 사항을 곧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도 연매협이 지난 5월 당사의 회원 자격 상실을 의결하면서 연매협에 조정을 신청하기가 매우 부담스러워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매협의 모든 출석요구에 응했고 공문에도 성실히 회신했다"며 "회사는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고, 소속 아티스트들은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방송업계에 좋을 일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말 내년 초 한한령(한류제한령·限韓令)이 본격적으로 완화될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대형 기획사와 배우 간 갈등이 길어지고, 업계에서 고립되는 것은 비효율만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연매협 등에서는 판타지오 사례를 계기로 대중문화산업발전법 관련 조항을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을 위해 정부, 여야 관계자들과의 소통에도 나선 상황이다.
강한나 등 돌아설 배우들은 돌아섰고, 판타지오에 남고자 한 배우들은 그 안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가장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헤어질 것인가'로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구역'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위약금 등 '디테일'은 그 다음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