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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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 최대 화두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종목이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속한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 1조원 고지에 올랐다. 경쟁사인 에스엠(SM엔터)과 와이지엔터(YG)도 함께 급등하며 기세를 한껏 올렸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현주소를 두고 일본 언론에선 “바야흐로 ‘3차 한류(韓流) 열풍’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 히트와 함께 일본·중국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시작된 ‘1차 한류’, 2010년대 초반 소녀시대와 싸이 등 K팝 스타를 필두로 북미와 유럽 등지로 시장을 넓힌 ‘2차 한류’에 이어 이번엔 글로벌 미디어 시장 전체에 더욱 강력한 한류 열풍이 몰아닥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3차 한류 열풍 배경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위주 플랫폼 업체로 대표되는 ‘미디어 혁명’이 자리잡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신화도 이런 흐름을 잘 읽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BTS발(發) 낙수효과’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조민규 한국경제TV 파트너는 “BTS 성공 이후 국내 엔터주 전반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시작됐다”며 “하반기 들어 JYP와 SM엔터 등의 주가가 치솟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으로 유튜브에서 업로드 첫 24시간 동안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5개 중 4개가 K팝이다. BTS의 최신곡 ‘아이돌’이 전체 1위를 차지했고 블랙핑크의 ‘뚜두뚜두’(3위), 싸이의 ‘젠틀맨’(4위), BTS의 ‘페이크 러브’(5위) 순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BTS의 성공 효과로 내년 상반기 블랙핑크와 트와이스의 ‘빌보드 핫100’ 차트 동시 진입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팝이 촉발한 한류 열풍은 드라마와 게임 등 다른 콘텐츠산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CJ오쇼핑과 합병으로 탄생한 CJ ENM은 미디어콘텐츠와 쇼핑의 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독보적인 드라마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드라마를 알리는 첨병으로 활약 중이다. 올해 게임업종 최대 유망주로 떠오른 펄어비스 역시 ‘검은사막 모바일’ 등 신작 게임 출시 지역 확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옥석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제조업 등 전통 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건에 놓인 미디어와 콘텐츠 종목에 기관투자가 등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흐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