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오랩 "27년간 혈관신생만 파고든 뚝심, 황반변성·내장지방 치료제로 결실 맺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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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설립된 안지오랩은 줄곧 혈관신생 한길만 걸어온 바이오 벤처다. 혈관신생은 기존 미세혈관에서 새로운 잔핏줄이 생기는 것으로 배아가 발달하거나 상처가 나을 때 인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정상적이지 않은 경우 황반변성, 복부비만, 자궁내막증, 건선, 암 전이 등을 일으킨다.
김민영 대표(사진)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효과학기술원에서 일했다. 그가 혈관신생 연구에 뛰어든 것은 1991년 한효과학기술원 종양생물실장을 맡았을 때부터다.
김 대표는 "당시 의사 대다수가 혈관신생 치료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혈관내피세포를 구하기 어려워 실험하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 과제로 시작했던 혈관신생 연구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연구소에서는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는 남몰래 연구를 계속했다. 1999년 외환위기로 한효과학기술원이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혈관신생 치료제가 많은 질병을 고치는 데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은행에서 대출 받아 연구소의 기자재를 산 뒤 창업했다"고 했다. 김 대표와 연구소 동료 1명, 단 두 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안지오랩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다년초 식물 레몬밤에서 추출한 'ALS-L1023'이다. 2001년 특허를 받았다. 첫 목표로 삼은 적응증은 암이었다. 로슈의 아바스틴이 혈관신생 관련 항암제로서는 처음 허가를 받았던 시기다. ALS-L1023를 찾은 뒤 제약사를 돌아다니며 공동 임상시험을 제안했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전부 거절당했다.
김 대표는 "임상 프로토콜을 잘못 짜 단독 임상에서 실패하기도 했다"며 "시험 기간이 짧고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그렇게 고심한 끝에 김 대표는 습성 황반변성과 내장지방을 공략하기로 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가장 아래에 있는 맥락막의 신생혈관이 망막 중심부의 황반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ALS-L1023으로 만든 경구용 황반변성 치료제 '맥아이(McEye)'가 기존 치료제인 루센티스, 아일리아보다 여러 이유로 더 낫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맥아이는 혈관신생을 유발하는 다수 요인을 억제한다. 김 대표는 "루센티스나 아일리아는 VEGF만 억제한다"며 "그 결과 환자 절반이 효과를 보지 못하며 단기적으로 좋아지더라도 25%는 1년 뒤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했다.
맥아이는 VEGF뿐 아니라 bFGF, PDGF, MMP-2, MMP-9 등을 제어한다. 또 망막색소상피세포(RPE)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황반변성은 맥락막의 신생혈관이 RPE를 뚫고 나와 황반의 시신경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용 편의성도 기존 치료제보다 낫다. 아바스틴, 루센티스, 아일리아는 적어도 8주에 한 번 안구에 직접 주사를 해야 해 거부감이 있을 뿐 아니라 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김 대표는 "맥아이는 경구용 치료제이고 천연물 의약품이라 안전성이 높다"고 했다.
김민영 대표(사진)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효과학기술원에서 일했다. 그가 혈관신생 연구에 뛰어든 것은 1991년 한효과학기술원 종양생물실장을 맡았을 때부터다.
김 대표는 "당시 의사 대다수가 혈관신생 치료제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혈관내피세포를 구하기 어려워 실험하기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장기 과제로 시작했던 혈관신생 연구 성과가 지지부진하자 연구소에서는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그는 남몰래 연구를 계속했다. 1999년 외환위기로 한효과학기술원이 문을 닫았다. 김 대표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그는 "혈관신생 치료제가 많은 질병을 고치는 데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은행에서 대출 받아 연구소의 기자재를 산 뒤 창업했다"고 했다. 김 대표와 연구소 동료 1명, 단 두 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안지오랩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다년초 식물 레몬밤에서 추출한 'ALS-L1023'이다. 2001년 특허를 받았다. 첫 목표로 삼은 적응증은 암이었다. 로슈의 아바스틴이 혈관신생 관련 항암제로서는 처음 허가를 받았던 시기다. ALS-L1023를 찾은 뒤 제약사를 돌아다니며 공동 임상시험을 제안했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전부 거절당했다.
김 대표는 "임상 프로토콜을 잘못 짜 단독 임상에서 실패하기도 했다"며 "시험 기간이 짧고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했다.
그렇게 고심한 끝에 김 대표는 습성 황반변성과 내장지방을 공략하기로 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가장 아래에 있는 맥락막의 신생혈관이 망막 중심부의 황반을 침범하는 질환으로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ALS-L1023으로 만든 경구용 황반변성 치료제 '맥아이(McEye)'가 기존 치료제인 루센티스, 아일리아보다 여러 이유로 더 낫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맥아이는 혈관신생을 유발하는 다수 요인을 억제한다. 김 대표는 "루센티스나 아일리아는 VEGF만 억제한다"며 "그 결과 환자 절반이 효과를 보지 못하며 단기적으로 좋아지더라도 25%는 1년 뒤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했다.
맥아이는 VEGF뿐 아니라 bFGF, PDGF, MMP-2, MMP-9 등을 제어한다. 또 망막색소상피세포(RPE)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황반변성은 맥락막의 신생혈관이 RPE를 뚫고 나와 황반의 시신경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용 편의성도 기존 치료제보다 낫다. 아바스틴, 루센티스, 아일리아는 적어도 8주에 한 번 안구에 직접 주사를 해야 해 거부감이 있을 뿐 아니라 염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김 대표는 "맥아이는 경구용 치료제이고 천연물 의약품이라 안전성이 높다"고 했다.
맥아이는 곧 임상2상에 들어간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12개 병원에서 시행한다. 현재 각 기관의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로부터 승인을 기다리고 있고 이르면 이번 달 말에 시작한다. 세계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82억달러로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15.9% 성장했다.
ALS-L1023은 내장지방을 줄이는 데 쓰일 수 있다. 2007년 1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2상에서 운동,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약물을 복용한 결과 내장지방이 15% 감소했다. 김 대표가 소개한 미국 듀크대학의 자료에 따르면 일주일에 32km씩 8개월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해야 내장지방 6.9%가 줄었다. 그만큼 운동만으로 내장지방을 빼는 일이 힘든 것이다.
그는 "내장지방은 다른 부위의 지방과 달리 붉은 색을 띠는데 신생혈관이 그 원인"이라며 "혈관신생을 막으면 내장지방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비만치료제는 향정신성 물질로 식욕을 억제해 두통, 현기증 등 부작용을 동반한다. 현재 내장지방에 대한 임상3상은 시험 계획 단계다.
안지오랩은 ALS-L1023을 비롯해 세 가지 식물추출물을 혼합해 내장지방 분해 효능이 있는 건강기능식품 '오비엑스(Ob-X)'를 판매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매출액 32억원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874% 증가했다. 지난 1월부터 오비엑스가 5개 주요 홈쇼핑 채널에 진출한 덕분이다. 대만, 스페인 등 해외 수출 역시 증가세다.
그밖에 삼출성중이염, 치주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오비엑스 매출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암 전이를 막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코넥스에 있는 안지오랩은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내년께 코스닥 이전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혈관신생만 파고든 27년 뚝심이 빛을 볼지 주목할 만하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