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커지는 경고음, 설마가 경제 잡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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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치솟고 제조업도 휘청
대외환경 녹록지 않은데
기업인 사기마저 바닥에 '뚝'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규제는 풀고 사기는 북돋워
기업들이 뛰도록 응원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대외환경 녹록지 않은데
기업인 사기마저 바닥에 '뚝'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규제는 풀고 사기는 북돋워
기업들이 뛰도록 응원해야"
권태신 <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
‘주변 환경에 주의하지 않고 마음을 풀어 놓다.’ 방심(放心)의 사전적 의미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주변에는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화근을 초래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때로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딱 10년 전, 방심이 세계적 재앙을 초래했다.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4~5% 수준이던 미국 실업률은 2009년 10%로 높아졌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은 1961년 세계은행 집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세계인이 고통을 겪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경고음은 많았다. 부동산 버블론, 파생상품 과잉투자론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건만 미국 정부·국민·기업들은 긴장감이 없었다. 당시 경제가 호황이다 보니 모두들 장밋빛 전망에 취해 다가오는 위험에 전혀 주의하지 않고 마음을 풀어놨던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다. 그때도 외환보유액이 너무 적다는 사전 경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경제가 호황이다 보니 누구도 이 같은 경고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과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경제 재난이었고,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지금 우리나라에 또다시 경고음이 울리는 것 같다. 상반기 청년 실업률은 10.5%, 실업자 수는 125만 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9년 만에 최저였으며,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하락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기업 설비투자도 -13.8%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인 사기도 말이 아니다.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는 ‘무리한 투자’로,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은 ‘척결해야 할 전횡’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규제는 강해지고 경영에 따른 부담은 올라가다 보니 차라리 기업을 팔고 싶다는 기업인도 많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기업인 사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있었나 싶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기업가 정신의 으뜸 국가”라 극찬하던 나라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거의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불안하기만 하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우리에겐 불리한 변수다.
사실 이 정도면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도 지금껏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대한민국 산업의 위기, 탈출구도 안 보이는 사면초가 위기다. 하지만 114년 만의 폭염에 모두가 지쳐 주의가 흐트러진 탓일까. 우리 사회에 위기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3% 성장이면 잘한 것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3% 성장이라지만 세계 평균보다 1%포인트나 낮고, 세계 경제 지표와 반대로 한국 경제 지표는 추락하는데도 우리는 너무 낙관적인 듯하다.
지금이라도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길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4대 그룹이 360조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막힌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다시 북돋워야 한다. 대기업은 맷집 좋고 돈도 있으니 옥좨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보다는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인 대기업이 다시금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방심하지 말고 주변의 위기 요인을 계속 살펴 설마가 경제 잡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깨어 있어야 한다. 점검하고 고민한 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산은 비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방심으로 인한 경제 재난이 없길 간절히 소망한다.
딱 10년 전, 방심이 세계적 재앙을 초래했다. 2008년 9월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4~5% 수준이던 미국 실업률은 2009년 10%로 높아졌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은 1961년 세계은행 집계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세계인이 고통을 겪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전 경고음은 많았다. 부동산 버블론, 파생상품 과잉투자론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건만 미국 정부·국민·기업들은 긴장감이 없었다. 당시 경제가 호황이다 보니 모두들 장밋빛 전망에 취해 다가오는 위험에 전혀 주의하지 않고 마음을 풀어놨던 것이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다. 그때도 외환보유액이 너무 적다는 사전 경고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경제가 호황이다 보니 누구도 이 같은 경고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았다. 결과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악의 경제 재난이었고,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았다.
지금 우리나라에 또다시 경고음이 울리는 것 같다. 상반기 청년 실업률은 10.5%, 실업자 수는 125만 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가동률은 70.3%로 9년 만에 최저였으며,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하락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기업 설비투자도 -13.8%를 기록하는 등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인 사기도 말이 아니다. 기업인의 ‘과감한 투자’는 ‘무리한 투자’로,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은 ‘척결해야 할 전횡’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규제는 강해지고 경영에 따른 부담은 올라가다 보니 차라리 기업을 팔고 싶다는 기업인도 많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기업인 사기가 이렇게 떨어진 적이 있었나 싶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기업가 정신의 으뜸 국가”라 극찬하던 나라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설상가상으로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거의 유일한 버팀목인 반도체 경기도 불안하기만 하다.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상 역시 우리에겐 불리한 변수다.
사실 이 정도면 단순한 경고음이 아니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도 지금껏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대한민국 산업의 위기, 탈출구도 안 보이는 사면초가 위기다. 하지만 114년 만의 폭염에 모두가 지쳐 주의가 흐트러진 탓일까. 우리 사회에 위기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3% 성장이면 잘한 것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마저 있다. 3% 성장이라지만 세계 평균보다 1%포인트나 낮고, 세계 경제 지표와 반대로 한국 경제 지표는 추락하는데도 우리는 너무 낙관적인 듯하다.
지금이라도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 체력을 길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4대 그룹이 360조원 규모의 통 큰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이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막힌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기업가 정신도 다시 북돋워야 한다. 대기업은 맷집 좋고 돈도 있으니 옥좨도 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보다는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인 대기업이 다시금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방심하지 말고 주변의 위기 요인을 계속 살펴 설마가 경제 잡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깨어 있어야 한다. 점검하고 고민한 뒤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정책을 바꿔야 한다. 우산은 비 오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더 이상 방심으로 인한 경제 재난이 없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