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보류 발표 이후 호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지난달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 보류 발표 이후 호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용산구 일대 아파트 단지. /한경DB
“정부 규제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노원구 사람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개발 호재가 많고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정부가 ‘8·27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동북부 지역 상승세는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3구와 마포·성동구에선 호가 급등이 일단 멈췄다. 개발 계획 발표가 연기된 여의도와 용산의 집값은 주춤하는 모습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블루칩·옐로칩 지역이 눈치 보기 장세에 들어간 가운데 중저가 지역의 키 맞추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무섭게 오르는 ‘노·도·강’

2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주말 서울 부동산시장은 정부 부동산 대책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동북권은 여전히 뜨거웠다. 도봉구 창동 신도브래뉴1차 전용 84㎡는 지난주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 5억2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창동 I공인 관계자는 “창동역 복합환승센터에 KTX·GTX 등이 들어오는 등 호재가 있어 주변 아파트가 다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동 H공인 관계자는 “중심지 집값과 너무 벌어졌다”며 “정부 규제가 나와도 매도인들은 최소한 연말까지는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급등 지속… 개발 보류된 용산은 매수문의 '뚝'
1998년 입주한 상계동 은빛2단지 전용 59㎡는 최근 3억4000만원, 3억4500만원, 3억5000만원에 연이어 거래됐다. 7월 최고가는 3억1500만원이었다. 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보니 호가를 실거래가 대비 2000만~3000만원씩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노·도·강 이외엔 양천구 목동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계약될 때마다 신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7단지 전용 66㎡는 최근 12억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14억원까지 나왔다. 전용 59㎡(저층)는 12억원, 전용 101㎡는 18억원에 거래됐다. 목동 E부동산 관계자는 “갭투자보다는 실거주 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다”며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K공인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목동선 등 도시철도사업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발표한 뒤 목동과 신월동 아파트 가격이 뛰고 있다”며 “매도·매수자 모두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선 물어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3구 단기 급등세 진정

강남권에선 단기 급등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17억5000만원, 전용 84㎡는 19억원에 지난달 말 거래됐다. 대치동 M공인 관계자는 “은마 전용 84㎡가 20억원을 돌파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다주택자와 고가 1주택자 보유세 강화 방안이 나오자 매수자들이 추격 매수를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호가는 여전하다. 현대14차는 최근 신고가를 냈다. 전용 84㎡가 지난달 말 26억원에 거래됐다. 2월 고점(25억원)보다 1억원 뛰었다.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호가는 24억~26억원 선이다. 지난달 중순 23억5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달 17억1000만원에 팔렸다. 최근 호가는 18억원 선이다. 6월 15억2000만~15억9000만원에 팔린 주택형이다.

마포구와 성동구도 비슷한 분위기다. 마포구 염리동 H공인 관계자는 “가격 급등세는 진정된 것 같다”며 “마포 일대 대장주인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서 한강이 보이는 전용 84㎡ 로열층 호가가 최근 1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더 오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S공인중개 대표는 “여의도, 용산 개발 보류에 대한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마포가 워낙 도심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매수 문의는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구 옥수동 Y공인 대표는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핵심 지역 공급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예상 때문에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아 가격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매물 품귀 현상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용산·여의도 호가 하락 조짐

박 시장이 개발계획 발표를 보류한 용산과 여의도 일대에선 관망세가 뚜렷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선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있다. 호가 하락 조짐도 나오고 있다. 이촌동 T공인 관계자는 “북한강성원 전용 59㎡가 10억원 후반~12억원에 3~4건 매물로 나와 있지만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박 시장의 개발 계획 발표 보류에 일부 집주인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촌동 K공인 관계자는 “대림아파트 전용 84㎡ 매물이 14억원대에 나와 있는데 매수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매수 문의는 뚝 끊겼는데 물건은 조금씩 나오면서 가격이 떨어질 분위기”라고 말했다. 여의도 M공인 관계자는 “개발계획 발표 철회 후 분위기를 물어보는 연락이 많이 온다”며 “다만 급하게 팔겠다고 내놓는 집주인은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최진석/윤아영/허란/민경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