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한층 강화된 배기가스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이 국내 모든 중·소형 디젤자동차에 적용됐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연식변경 및 부분변경 모델을 서둘러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업체들은 새 인증 방식이 적용되기 전에 국내에 들여온 차들의 할인 판매에 나섰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달부터 기존 유럽연비측정방식(NEDC)으로 해오던 디젤차 배출가스 실험실 측정 방식을 WLTP로 바꿨다. WLTP를 적용하면 시험주행 시간과 거리가 늘어나고 평균 속도와 최고 속도도 빨라진다. 시험 조건은 강화됐지만 배출가스 허용 기준은 이전과 같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을 기존처럼 ㎞당 0.08g에 맞춰야 한다. 배기가스 규제가 더 엄격해졌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7, 8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와 투싼의 부분변경 모델을 서둘러 내놨다. 기존 배기가스 저감장치 외에 요소수로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선택적 환원 촉매장치(SCR)를 달아 배기가스 규제를 맞췄다. 현대차는 지난달 초 준대형 세단 그랜저와 중형 세단 쏘나타 등 4개 차종의 디젤 모델 국내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디젤 모델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5%가 채 되지 않아 연구개발비를 추가로 투자해 생산을 이어가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도 지난달 SCR을 적용한 대형 SUV G4 렉스턴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주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효율을 높이거나 SCR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새 규제를 충족시켰다.

수입차업계에서는 판매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 인증 신청을 서두르고 있다. 교통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수입차 인증 신청 건수는 지난 6월 74건에서 지난달 171건으로 크게 늘었다. 교통환경연구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증 신청이 몰려 당분간 배출가스 인증시험 진행이 어렵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수입 디젤차의 할인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증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더라도 지난달 31일까지 생산했거나 통관한 차량은 오는 11월30일까지 판매할 수 있어서다. 아우디코리아는 새 인증 기준을 맞추지 못한 중형 세단 2018년형 A6를 지난 3월부터 1300만원가량 깎아 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5년 유로6 배기가스 규제 도입을 앞뒀을 때처럼 수입차 업체들이 치열한 할인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