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사스, IDT 60억弗에 인수 추진… "日 반도체 르네상스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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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M&A 사상 최대액
美 인터실 이어 설계업체 베팅
자율차·IoT 경쟁력 강화 노려
日 반도체 부활 이끌지 관심
美 인터실 이어 설계업체 베팅
자율차·IoT 경쟁력 강화 노려
日 반도체 부활 이끌지 관심
일본 시스템반도체 업체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 인수를 추진키로 했다. 인수금액은 60억달러(약 6조7050억원)로, 일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쇠퇴하던 일본 반도체업계가 반도체 설계·개발에 강점이 있는 해외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 시장 노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일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사물인터넷(IoT) 핵심 기술인 통신용 반도체 설계·개발에 강점이 있는 미국 기업 IDT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IDT는 나스닥 상장사로, IoT 핵심 기술인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개발하는 업체다. 자율주행차와 IoT 기능을 갖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2013년 4억8445만달러(약 5413억원)였던 매출이 지난해 7억2824만달러(약 8138억원)로 늘었다. 4년 만에 배 가까운 성장세다. 지난해 분기 영업이익률이 26~28%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IDT 시가총액은 48억8000만달러(약 5조4534억원) 규모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조4000억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측은 IDT 주주들로부터 현 주가에 일정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IDT를 완전 자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회사화한 후에는 나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와 IDT 간 인수협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IDT 주가는 12.29% 상승한 주당 42.49달러를 기록했다. 17년 만의 최고치다.
◆日 반도체업계 “바닥쳤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측은 IDT 인수로 자율주행차와 IoT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DT가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통신용 반도체 기술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2015년에 보쉬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를 고객으로 보유한 독일의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사 ZMDI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한때 세계를 주름잡은 일본 반도체업계의 남은 희망이다. 2010년 르네사스테크놀로지(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제작소의 반도체 사업부문 합병사)와 NEC에서 분사한 NEC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매출 기준 세계 6위 반도체 제조사였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력이었던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산업용 로봇이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경영난에 처했다.
2013년 일본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도요타자동차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2014년 흑자전환한 뒤 지난해 매출 7802억엔(약 7조8706억원), 영업이익 752억엔(약 7586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IDT 인수가 일본 반도체업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개발 쪽으로 ‘특화’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한국과의 정면대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제품을 개발해 생산까지 도맡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설계·개발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대량생산에서 회로 설계와 개발로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2016년 차량용 반도체 개발업체 미국 인터실을 32억달러(약 3조576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도 미국 엔비디아(자율주행 및 화상인식)와 영국 ARM홀딩스(반도체 설계)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 밖에 미국 인텔이 지난해 153억달러(약 17조977억원)를 들여 이스라엘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설계·기술력을 지닌 반도체업계를 대상으로 한 M&A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일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사물인터넷(IoT) 핵심 기술인 통신용 반도체 설계·개발에 강점이 있는 미국 기업 IDT를 인수하기 위한 최종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IDT는 나스닥 상장사로, IoT 핵심 기술인 통신용 반도체를 설계·개발하는 업체다. 자율주행차와 IoT 기능을 갖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2013년 4억8445만달러(약 5413억원)였던 매출이 지난해 7억2824만달러(약 8138억원)로 늘었다. 4년 만에 배 가까운 성장세다. 지난해 분기 영업이익률이 26~28%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도 좋다. IDT 시가총액은 48억8000만달러(약 5조4534억원) 규모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1조4000억엔)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측은 IDT 주주들로부터 현 주가에 일정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IDT를 완전 자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회사화한 후에는 나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와 IDT 간 인수협상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IDT 주가는 12.29% 상승한 주당 42.49달러를 기록했다. 17년 만의 최고치다.
◆日 반도체업계 “바닥쳤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측은 IDT 인수로 자율주행차와 IoT 분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DT가 자율주행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통신용 반도체 기술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2015년에 보쉬 등 주요 자동차 부품업체를 고객으로 보유한 독일의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사 ZMDI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한때 세계를 주름잡은 일본 반도체업계의 남은 희망이다. 2010년 르네사스테크놀로지(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제작소의 반도체 사업부문 합병사)와 NEC에서 분사한 NEC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매출 기준 세계 6위 반도체 제조사였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주력이었던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산업용 로봇이나 자동차에 사용하는 반도체를 제때 공급하지 못해 경영난에 처했다.
2013년 일본 관·민 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도요타자동차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2014년 흑자전환한 뒤 지난해 매출 7802억엔(약 7조8706억원), 영업이익 752억엔(약 7586억원)을 기록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IDT 인수가 일본 반도체업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개발 쪽으로 ‘특화’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대규모 시설투자를 한 한국과의 정면대결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제품을 개발해 생산까지 도맡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 설계·개발업체를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향후 반도체산업 경쟁력이 대량생산에서 회로 설계와 개발로 넘어가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2016년 차량용 반도체 개발업체 미국 인터실을 32억달러(약 3조576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도 미국 엔비디아(자율주행 및 화상인식)와 영국 ARM홀딩스(반도체 설계)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 밖에 미국 인텔이 지난해 153억달러(약 17조977억원)를 들여 이스라엘 모빌아이를 인수하는 등 설계·기술력을 지닌 반도체업계를 대상으로 한 M&A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