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현금이 충분치 않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애플 등 미국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채를 대거 매각하면서 회사채 금리 상승 속도가 가속화하며 현금 부족 기업들의 비명을 자아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가 집계한 만기 1~3년 회사채 금리가 지난달 31일 현재 연 3.19%로, 올 들어 0.83%포인트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억달러를 빌린 기업은 지난해에 비해 연간 415만달러의 추가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채 금리가 급상승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Fed는 올 들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렸고,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기준금리에 민감한 단기물 채권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리처드 세퍼스타인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 이사는 “자금 흐름이 전환되기 시작해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미 국채 대비 회사채 가산금리가 앞으로 6~12개월 사이 0.1%포인트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를 대량으로 내다판 것도 회사채 금리를 끌어올린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간 미국 대기업들은 풍부한 현금을 활용해 회사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면서 금리가 낮게 유지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애플이 보유한 회사채 규모는 1500억달러로,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뱅가드 채권펀드의 운용 규모와 맞먹는다.

하지만 이들이 최근 배당, 자사주 매입, 인수합병(M&A) 등에 쓰기 위해 회사채를 팔기 시작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20개 대기업이 지난해까지 회사채를 분기당 250억달러씩 매입하다가 올 들어선 분기당 500억달러씩 팔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에 연간 3000억달러 정도의 수요 공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