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 이달부터 전직 대법관 등 법원 관련 인사들의 소환조사에 들어갈 전망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법원판 적폐청산’으로 보고 수사를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법원 측에서는 검찰이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 기간을 늘리는 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법농단' 끝까지 간다는 檢… 대법관 곧 소환
◆檢, “끝까지 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최근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달 고 전 대법관을 비롯한 법원 관련 인사들의 소환조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한 한 끝까지 간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2016년 2월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된 고 전 대법관은 지난해 2월 소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자 책임을 지고 퇴임했다. 고 전 대법관 수사 이후 다른 전직 대법관들의 소환조사 가능성도 검찰 안팎에서 언급된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 흐름상 고 전 대법관과 일했던 전직 대법관들을 참고인으로 소환조사할 수 있다”며 “사건의 핵심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개별 문건에 관한 혐의를 각각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관련자 소환조사로 그치는 대신, 다른 사안에 대해 적극적인 압수수색 영장 청구로 수사 범위를 넓히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정부가 대법원과 재판 지연 관련 논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결정과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가 정부에 ‘컨설팅’을 해줬다는 의혹도 따랐다.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대한변호사협회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의 동향을 파악했다는 문건도 주요 수사 대상이 됐다.

◆‘재판 개입’ 증거 부족

검찰이 재판 개입 사실을 증거로 증명할 경우 사법부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객관적 사실관계는 재판 개입이라고 직접적으로 특정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재판 절차 관련 논의를 하는 것과 재판 결과에 개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또 정책적 목표를 위해 다른 조직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법원 내에서는 오히려 검찰의 장기 수사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강력한 적폐청산을 시대정신으로 언급한 시점과 검찰 내부에서 수사 초기와 다르게 적폐청산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시점이 맞아떨어지면서다. 한 현직 고위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당초 의도한 바를 넘어서 법원 적폐청산으로 수사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