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재계약하니 뛰는 집값…"그때 살 걸 후회막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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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 이대리
부동산 급등세에 잠 못 자는 직장인
규제 으름장에…"정부 믿고 팔았더니 더 올라" 분통
"1년 전으로 돌아갈래"
전세 만기 앞두고 매입 고민
고강도 규제에 전세 연장
"집 사자는 아내 말 들을 걸"
집값 오름세 꺾일까 불안
손해 보더라도 집 사자 다짐
고민 끝에 15년된 아파트 계약
"꼭지에 잡았나…밤잠 설쳐요"
갭투자 성공에 미소
결혼 준비할 겸 전세끼고 투자
1년 만에 5000만원 올라
"대출금에 허리 휘어도 행복해"
부동산 급등세에 잠 못 자는 직장인
규제 으름장에…"정부 믿고 팔았더니 더 올라" 분통
"1년 전으로 돌아갈래"
전세 만기 앞두고 매입 고민
고강도 규제에 전세 연장
"집 사자는 아내 말 들을 걸"
집값 오름세 꺾일까 불안
손해 보더라도 집 사자 다짐
고민 끝에 15년된 아파트 계약
"꼭지에 잡았나…밤잠 설쳐요"
갭투자 성공에 미소
결혼 준비할 겸 전세끼고 투자
1년 만에 5000만원 올라
"대출금에 허리 휘어도 행복해"
통신회사에 다니는 박 매니저(38)는 최근 아내와 ‘냉전’ 중이다. 박 매니저는 작년 이맘때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아파트를 매입할지 고민했다. 아내는 “집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매니저는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내놓는 것을 보고선 “잘못하면 상투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 2년 더 전세를 살면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그의 판단은 빗나갔다. 당시 5억원대 초반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1년 새 6억원대 중반을 넘겼다. 최근에는 호가가 7억원까지 뛰면서 박 매니저의 마음도 답답해졌다. “영화 ‘인터스텔라’ 속 주인공처럼 1년 전 저에게 ‘반드시 집을 사라’고 얘기하는 꿈까지 꾼다니까요.”
작년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뛰면서 박 매니저처럼 울상 짓는 무주택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정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서둘러 집을 판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반대로 몇 달 만에 수천만원씩 오른 집값에 퇴근길이 행복한 직장인도 있다. 부동산 뉴스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퇴근 후 부동산 강의를 듣거나 주말마다 부동산 ‘현장 확인’을 다니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서둘러 팔았다가 낭패
서울 시중은행에 근무 중인 ‘예비 신랑’ 박 과장(32)은 서울 집값 폭등 기사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예비 신부와 살 아파트를 알아보니 불과 몇 달 전보다 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올라서다.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하는 박 과장은 신입 행원 시절 ‘하우스 푸어’를 많이 봐왔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던 고객들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투자를 주저한 것이 이런 ‘참사’를 낳았다. 박 과장은 “대출규제, 양도세 중과 등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이렇게 역효과를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은행원을 위한 대출 지원도 대폭 줄면서 젊은 행원들의 집 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 용인 시내 회사에 다니는 배 과장(37)은 올해 초 보유하고 있던 경기 일산의 빌라를 매각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울적해진다. 배 과장은 5년 전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찍었을 때 은행 대출을 받아 이 빌라를 샀다. 그동안 집값이 안 올라 애를 태우며 이자만 내다가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자 연초에 냉큼 빌라를 팔았다. 그동안 낸 은행 이자를 생각하면 본전치기밖에 안 됐지만 계속 마음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그가 이 빌라를 판 뒤 약 반년 동안 3000만원 정도 더 올랐다. 배 과장은 “규제 때문에 집값이 꺾일 줄 알고 서둘러 팔았는데 실패한 것 같아 우울하다”고 했다. ‘꼭지에 잡았나’ 잠 못 자기도
출판업체에 다니는 박 과장(35)은 지난주 서울 시내 전용 59㎡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 4년 전 마포구의 대표 신축 단지에 전세로 들어온 뒤 집값이 수억원 급등하는 걸 지켜봤다. 당시 집을 사는 것을 반대했던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한 달간 부부 싸움을 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또다시 전세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박 과장의 스트레스는 극으로 치달았다. 이제는 살 수도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 결국 박 과장은 주변에 15년 된 낡은 아파트를 찾아 계약서를 썼다. 그는 “집값 오르는 거 보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내 집을 사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사고 나니 꼭지에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울산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 차장(35)은 ‘서울 집값 상승’이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김 차장은 2년 전 집값 급등이 시작될 때 울산혁신도시에 내 집을 마련했다. 이후 지진으로 집값이 떨어지더니 조선업황 악화, 백화점 건설 취소 등 각종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집 사느라 은행 대출을 잔뜩 받은 그는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이자와 상환금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김 차장은 “그나마 실수요라서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동료 중에는 ‘갭투자’로 여러 집을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1년 만에 5000만원 상승에 ‘미소’
집값 상승세에 속으로 웃는 직장인도 많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박 주임(35)은 8·2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던 지난 1월 5억8000만원을 들여 동작구 대방동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샀다. 연년생인 두 아이에게 각각 방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말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집값을 확인해보니 벌써 6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박 주임은 “매달 대출금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다행히 집값이 올라 힘이 난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이 대리(34)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를 활용한 ‘갭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해외 근무를 하며 번 돈으로 결혼 준비도 할 겸 지난해 본가 인근의 광진구 구의동 전용면적 59㎡(25평형) 아파트를 5억원에 구매했는데 1년 만에 5000만원이 올랐다. 전세를 끼고 샀기 때문에 이 대리가 부담한 비용은 2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연 25%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부동산 학원에 ‘임장’ 스터디까지
아파트값이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사회초년생 사이에서도 ‘부동산 임장(현장 확인) 스터디’가 활발하다. 주말 나들이 겸 재테크 공부를 할 수 있어서다. 지난 6월 한 중견기업에 입사한 지 사원(26)은 대학 졸업생 게시판에 올라 있는 스터디에 가입했다. 지 사원은 “몇천만원으로도 단기 갭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대학 선배들의 말에 솔깃했다”며 “지금은 모아놓은 돈이 없지만 미리 투자 공부를 해두려고 스터디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전 대리(29)는 지난달부터 종로에 있는 부동산 학원에 다니고 있다. 수강생이 대부분 40·50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 대리 같은 20·30대 수강생이 절반을 넘었다.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신혼희망타운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리는 다음주 아파트 현장에도 다녀올 계획이다. 그는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 부동산을 고르는 안목이 생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작년 8·2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뛰면서 박 매니저처럼 울상 짓는 무주택 직장인이 늘고 있다. 정부 규제에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하고 서둘러 집을 판 사람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반대로 몇 달 만에 수천만원씩 오른 집값에 퇴근길이 행복한 직장인도 있다. 부동산 뉴스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퇴근 후 부동산 강의를 듣거나 주말마다 부동산 ‘현장 확인’을 다니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서둘러 팔았다가 낭패
서울 시중은행에 근무 중인 ‘예비 신랑’ 박 과장(32)은 서울 집값 폭등 기사를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예비 신부와 살 아파트를 알아보니 불과 몇 달 전보다 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올라서다. 은행에서 대출업무를 하는 박 과장은 신입 행원 시절 ‘하우스 푸어’를 많이 봐왔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던 고객들 모습이 내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투자를 주저한 것이 이런 ‘참사’를 낳았다. 박 과장은 “대출규제, 양도세 중과 등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이렇게 역효과를 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은행원을 위한 대출 지원도 대폭 줄면서 젊은 행원들의 집 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 용인 시내 회사에 다니는 배 과장(37)은 올해 초 보유하고 있던 경기 일산의 빌라를 매각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울적해진다. 배 과장은 5년 전 부동산 가격이 저점을 찍었을 때 은행 대출을 받아 이 빌라를 샀다. 그동안 집값이 안 올라 애를 태우며 이자만 내다가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르자 연초에 냉큼 빌라를 팔았다. 그동안 낸 은행 이자를 생각하면 본전치기밖에 안 됐지만 계속 마음고생을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판이었다. 그가 이 빌라를 판 뒤 약 반년 동안 3000만원 정도 더 올랐다. 배 과장은 “규제 때문에 집값이 꺾일 줄 알고 서둘러 팔았는데 실패한 것 같아 우울하다”고 했다. ‘꼭지에 잡았나’ 잠 못 자기도
출판업체에 다니는 박 과장(35)은 지난주 서울 시내 전용 59㎡짜리 아파트를 계약했다. 4년 전 마포구의 대표 신축 단지에 전세로 들어온 뒤 집값이 수억원 급등하는 걸 지켜봤다. 당시 집을 사는 것을 반대했던 남편을 원망하는 마음이 들어 한 달간 부부 싸움을 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집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또다시 전세 계약 만료 기간이 다가오자 박 과장의 스트레스는 극으로 치달았다. 이제는 살 수도 없을 정도로 집값이 올랐다. 결국 박 과장은 주변에 15년 된 낡은 아파트를 찾아 계약서를 썼다. 그는 “집값 오르는 거 보니까 손해를 보더라도 내 집을 사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사고 나니 꼭지에 잡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울산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김 차장(35)은 ‘서울 집값 상승’이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김 차장은 2년 전 집값 급등이 시작될 때 울산혁신도시에 내 집을 마련했다. 이후 지진으로 집값이 떨어지더니 조선업황 악화, 백화점 건설 취소 등 각종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집 사느라 은행 대출을 잔뜩 받은 그는 월급에서 빠져나가는 이자와 상환금을 볼 때마다 울화통이 터진다. 김 차장은 “그나마 실수요라서 위안으로 삼고 있지만 동료 중에는 ‘갭투자’로 여러 집을 사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1년 만에 5000만원 상승에 ‘미소’
집값 상승세에 속으로 웃는 직장인도 많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박 주임(35)은 8·2 대책으로 집값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던 지난 1월 5억8000만원을 들여 동작구 대방동의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샀다. 연년생인 두 아이에게 각각 방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말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에 집값을 확인해보니 벌써 6억2000만원을 넘어섰다. 박 주임은 “매달 대출금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다행히 집값이 올라 힘이 난다”고 했다.
대형 건설사에 다니는 이 대리(34)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차이를 활용한 ‘갭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해외 근무를 하며 번 돈으로 결혼 준비도 할 겸 지난해 본가 인근의 광진구 구의동 전용면적 59㎡(25평형) 아파트를 5억원에 구매했는데 1년 만에 5000만원이 올랐다. 전세를 끼고 샀기 때문에 이 대리가 부담한 비용은 2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연 25%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다.
부동산 학원에 ‘임장’ 스터디까지
아파트값이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면서 사회초년생 사이에서도 ‘부동산 임장(현장 확인) 스터디’가 활발하다. 주말 나들이 겸 재테크 공부를 할 수 있어서다. 지난 6월 한 중견기업에 입사한 지 사원(26)은 대학 졸업생 게시판에 올라 있는 스터디에 가입했다. 지 사원은 “몇천만원으로도 단기 갭투자를 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대학 선배들의 말에 솔깃했다”며 “지금은 모아놓은 돈이 없지만 미리 투자 공부를 해두려고 스터디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에 다니는 전 대리(29)는 지난달부터 종로에 있는 부동산 학원에 다니고 있다. 수강생이 대부분 40·50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전 대리 같은 20·30대 수강생이 절반을 넘었다.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신혼희망타운 등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 대리는 다음주 아파트 현장에도 다녀올 계획이다. 그는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 부동산을 고르는 안목이 생길 것 같다”고 기대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