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회사들이 미국 상무부에 ‘수입 할당제(쿼터)’에 대한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에 한해 쿼터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미 상무부가 품목 예외를 승인할 경우 쿼터를 초과한 한국산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포스코의 자동차 강판 전문 가공센터인 ‘포스코 AAPC’가 미 상무부에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품목 예외는 미국 내에 있는 기업만 신청할 수 있으며 해외 기업의 미국 현지법인도 신청 가능하다.

포스코 AAPC는 변압기 제조에 필요한 방향성 전기강판을 한국 포스코로부터 계속 수입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포스코 AAPC는 미국 철강업체 AK스틸도 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하지만 필요한 물량이나 사양을 공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앨라배마주에서 변압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현대일렉트릭 미국법인도 포스코 전기강판이 필요하다며 품목 예외를 요청했다. 포스코 AAPC는 또 LG전자가 미국에서 드럼세탁기를 생산하는 데 쓰는 스테인리스강 등 미국 현지 가전업체에 공급하는 철강에 대해서도 품목 예외를 신청했다.

현대제철 미국법인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자동차부품업체의 현지공장에 공급하는 냉연강판과 튜브 등 일부 자동차용 철강을 품목 예외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현대제철은 해당 품목을 한국에서 수입하지 못할 경우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상무부가 품목 예외를 모두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5월 유정용 강관 튜빙과 케이싱 등 14개 품목 예외를 신청한 세아제강은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US스틸과 AK스틸 등 미국 철강업체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신청한 품목을 미국에서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며 품목 예외에 반대하고 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