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의 라이벌인 삼성물산과 LF가 불황 타개를 위해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워런 버핏 러닝화’를 국내에 들여오고 빈폴스포츠를 새로 선보이는 등 스포츠패션에 집중하는 반면, LF는 식음료 사업에 이어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룰429’를 출시하는 등 신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스포츠 키우는 삼성패션

삼성물산의 ‘브룩스 러닝’
삼성물산의 ‘브룩스 러닝’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일 미국 러닝 전문 브랜드 ‘브룩스 러닝’의 국내 판권을 취득했다고 발표했다. 1914년에 시작한 이 브랜드는 가치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이 투자해 ‘워런 버핏 운동화’로 알려져있다. 미 스포츠 전문 편집숍 기준으로 매출 1위 러닝화 브랜드다. 삼성물산은 브룩스 러닝의 신발과 의류 등을 수입·판매하는 한편 의류 제작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자체 기획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물산이 최근 ‘빈폴아웃도어’를 ‘빈폴스포츠’로 바꾼 데 이어 브룩스 러닝을 수입하기로 한 것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빈폴스포츠 모델로 걸그룹 트와이스를 선정한 것도, 지난해 네덜란드 중저가형 슈트 브랜드 ‘수트 서플라이’를 들여온 것도 같은 이유다. 젊은 소비층을 사로잡을 만한 트렌디한 브랜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대표하는 브랜드는 주로 중년 남성들이 선호하는 신사복 ‘갤럭시’, 상대적으로 고가인 ‘꼼데가르송’ ‘톰브라운’ ‘이세이미야케’ 등이다. 물론 중저가의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있지만 SPA는 이익률이 낮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이 때문에 젊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 부문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브룩스 러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플래그십스토어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열었다”며 “단순히 옷과 신발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러닝 관련 소품도 판매하고 카페, 라커룸 등으로 매장을 꾸몄다”고 말했다.

화장품에 도전한 LF

LF ‘룰429’의 모델 럭키 블루 스미스
LF ‘룰429’의 모델 럭키 블루 스미스
LF는 정반대 행보다. 새 브랜드를 내놓지 않고 신규 사업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엔 치즈, 수제 맥주, 일본 식자재 등 식음료 전문업체를 인수해 자회사 LF푸드로 출범시켰다. 올해는 처음으로 화장품사업에 나섰다. 대표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를 통해 남성 화장품 브랜드 ‘룰429’를 선보인 것이다. 이 또한 밀레니얼 세대를 신규 소비자로 영입하기 위해서다. 목적은 같지만 삼성물산과 LF가 서로 다른 길을 택한 셈이다.

이날 LF가 공개한 룰429는 남성들의 피부 고민이 심해지는 29세부터 42세 소비자들을 겨냥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밀레니얼 세대인 20대부터 이 화장품을 사용하면 40대까지 쭉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헤지스가 영국 감성의 캐주얼 브랜드를 지향하는 만큼 룰429도 영국의 바버숍(남성 전문 헤어·피부 관리숍)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LF는 남성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세계 남성모델 1위(2015년 인더스트리 어워드)인 럭키 블루 스미스를 룰429 모델로 발탁했다. 그의 이름을 따 ‘남자 피부에 행운(럭키)이 왔다’는 메시지를 담아 티저 광고를 시작했고, LF몰과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백화점의 헤지스 매장에 화장품을 들여놨다.

손희경 LF 코스메틱사업부 상무는 “최근 젊은 남성들이 피부 관리에 부쩍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제대로 된 남성 화장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성분과 향, 질감, 용기, 사용법 등에서 차별화된 제품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