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이 지난달 21일 이후 10거래일간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돌아온 외국인’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유플러스 등 그간 낙폭이 컸던 대장주와 실적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에 미국 나스닥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 상승보다는 실적 개선주와 대장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돌아온 외국인… 대장株·실적株 담았다
◆실적·대장주에 ‘베팅’하는 외국인

3일 코스피지수는 15.85포인트(0.68%) 내린 2307.03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143억원어치 순매도하며 10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이후로 따져보면 1조467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 2분기엔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42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6431억원 순매도), LG화학(3400억원), 현대로템(3354억원), 한국전력(2864억원), LG전자(2766억원), 포스코(2545억원), SK하이닉스(2315억원)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주를 이뤘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특정 종목을 매도한다기보다 한국 시장을 팔았던 것”이라며 “그간 많이 오른 정보기술(IT), 전기전자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말했다.

지난달 후반부터 ‘사자’로 돌아선 외국인은 업종 대장주와 실적개선주를 ‘편식’했다. 삼성전자(6916억원 순매수), LG유플러스(1854억원), 삼성전기(1208억원), 휠라코리아(532억원) 등을 사들였다. 외국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 기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는 각각 8.21%, 18.7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63% 올랐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에서 안정화된 것도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라며 “9월 중순부터 3분기 실적 시즌 기대에 따른 주가 흐름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목 장세 대비해야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수보다 개별 종목이 오르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종 대표 기업과 실적이 나아지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65조183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1.51%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도 22조21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1.9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0개월에 걸친 상승 사이클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숨 고르기 과정이 거시 경제 변수들과 겹쳐 과도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이끌어낸 수요와 공급의 기본 프레임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차전지 관련 종목이 유망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뿐 아니라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른 소형전지 부문의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올해 영업이익은 56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86.71% 늘어날 전망이다. 5G 상용화 기대를 받는 통신주와 지난달 수출이 늘어난 조선주 등도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꼽힌다. 전 본부장은 “지수가 급격히 오르기보다 횡보하는 가운데 실적주와 대장주 중심의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