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얀 반 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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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결혼은 두 사람의 사랑을 입증하는 동시에 법적으로 사랑의 지위를 보장한다. 그렇기에 결혼식은 시대의 생활상과 가치관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5세기에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1390~1441)의 명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은 당시 유럽의 결혼 풍속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에 온 이탈리아 은행가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장면을 리얼하게 잡아낸 이 그림은 결혼을 기념하기보다 혼인 서약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당시 결혼은 사업의 성격이 짙어 유산 상속권이 중요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오른손을 내미는 일반적인 관습과 달리 그림에선 왼손을 내밀고 있다. 남편 유고 시 아내가 유산을 상속받는 것을 포기한 결혼으로 해석된다. 한 손을 배 위에 얹고 있는 신부는 임신 사실을 알려준다.
또 화면에 다양한 상징적 도구들을 배치해 기발한 메타포를 연출했다. 창가 밑 탁자 위에 사과를 그려 인간의 원죄를 은유했고, 샹들리에의 촛불(하나님의 사랑), 묵주(기도) 등에도 의미를 담아냈다. 벽면에 라틴어로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1434년’이란 문구를 넣어 화가가 결혼의 증인임을 나타낸 것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5세기에 활동한 네덜란드 화가 얀 반 에이크(1390~1441)의 명작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은 당시 유럽의 결혼 풍속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에 온 이탈리아 은행가 아르놀피니의 결혼식 장면을 리얼하게 잡아낸 이 그림은 결혼을 기념하기보다 혼인 서약에 중점을 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당시 결혼은 사업의 성격이 짙어 유산 상속권이 중요했다. 신랑이 신부에게 오른손을 내미는 일반적인 관습과 달리 그림에선 왼손을 내밀고 있다. 남편 유고 시 아내가 유산을 상속받는 것을 포기한 결혼으로 해석된다. 한 손을 배 위에 얹고 있는 신부는 임신 사실을 알려준다.
또 화면에 다양한 상징적 도구들을 배치해 기발한 메타포를 연출했다. 창가 밑 탁자 위에 사과를 그려 인간의 원죄를 은유했고, 샹들리에의 촛불(하나님의 사랑), 묵주(기도) 등에도 의미를 담아냈다. 벽면에 라틴어로 ‘반 에이크 여기 있었노라. 1434년’이란 문구를 넣어 화가가 결혼의 증인임을 나타낸 것도 눈길을 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