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후반기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을 지냈던 정지원 전 부산고용노동청장은 2016년 근로기준정책관 시절 당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일반해고 도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양대 지침 마련에 참여했다.

그러나 정권 교체와 동시에 양대 지침은 폐기됐고, 정 전 정책관은 세종본부에서 부산고용노동청장으로 ‘좌천’됐다. 그렇게 쫓겨간 그는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23일 스스로 옷을 벗었다.

고용부 두달새 부산·대구청장 스스로 옷벗어
지난 6월 명예퇴직을 선택한 이태희 전 대구고용노동청장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전 청장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 여부와 관련한 근로감독 문제로 여러 차례 적폐청산위원회로부터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전 청장도 적폐 공무원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 채 25년 몸담았던 조직을 떠났다.

이 전 청장 등은 재취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전 청장은 퇴임 후 한 산하기관에 취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를 두고 고용부 안팎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정책관의 좌천성 인사는 지시대로 임무를 수행했을 뿐인 공무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라며 “잇따른 적폐청산에 고용부 내부의 사기도 확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지난달 구본환 항공정책실장(33회)이 명예퇴직했다. 국토부는 개인 문제를 퇴직 사유로 들고 있지만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등기임원 재직에 따른 ‘진에어 사태’ 책임론이 일자 구 전 실장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가 문제 삼고 있는 진에어에 대한 면허 승인은 구 전 실장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2016년 이뤄졌는데도 구 전 실장이 현재 담당 업무를 맡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책임을 진 것에 부처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의 퇴직은 올 들어 급증하는 추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들이 재취업 심사를 신청한 건수는 71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85건)의 두 배에 육박했다. 한 정부부처 공무원은 “일선 사무관까지도 ‘명예퇴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적지 않게 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퇴직 움직임이 다른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고 전했다.

임도원/백승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