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어도 흙수저는 집 못 사게 하는 정책이다” “대출규제로 빈익빈 부익부가 가속화할 것”….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보증에 이어 대출규제까지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젊은 직장인들이 3일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대출규제 강화 카드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강화다. DSR은 연간 소득에서 개인이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학자금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전 금융권의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시범 운용하면서 DSR이 100%를 웃돌면 대출심사를 엄격히 하고 대출을 제한해왔다.
대출규제 '직격탄'… 젊은층 뿔났다
금융위원회는 DSR 100%가 너무 느슨하다고 보고 80% 이하로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10월부터는 은행에 DSR 기준선을 80%나 그 이하로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DSR 기준선이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젊은 층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2000년대 후반 연 7~8%에 달하는 고금리로 학자금대출을 받아 마이너스통장으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사회초년생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대출을 사실상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전세대출보증 자격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가 젊은 층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방침을 바꿨다.

정부는 당초 전세대출보증 자격을 제한해 확보한 재원으로 서민 전세대출 보증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이라는 기준치가 지나치게 낮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욱이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본격 도입을 준비 중인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의 핵심은 상환능력에 따른 대출심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반면 금융부채가 적지 않은 젊은 층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학자금대출 3000만원(금리 연 5%, 10년 만기)과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연 5%) 및 자동차 할부 2500만원(연 5%, 3년 만기)이 있는 직장인(연봉 3500만원)이 내 집 마련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1억6000만원(연 3.5%, 20년 분할상환)에 불과하다. 정부가 DSR 대출 기준선으로 정한 80%를 초과할 경우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커서다.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회초년생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 대출까지 막을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DSR은 참고 지표일 뿐 기준선을 넘는다고 모든 대출이 거절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강력한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은행권은 사실상 정부가 제시한 기준선을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제도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소득이 낮은 젊은 층을 위해 장래 소득을 감안해 대출한도를 늘려주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월 말 신DTI 시행 후 대출한도가 늘어난 청년 금융소비자는 거의 찾기 힘들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DSR 등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청년층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