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대형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 참여할수록 한국의 거시경제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요즘처럼 미·중 간 무역전쟁이 첨예할 때 더욱 커다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해온 아시아태평양 지역 FTA로, 연내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RCEP 참여, 美·中 무역전쟁 충격 완화시킬 것"
◆“다자협정은 모두 긍정적”

한국경제연구원은 3일 ‘RCEP가 한국 거시경제 안정성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서 “RCEP가 한국의 무역환경 악화를 효과적으로 막아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인 ‘25% 추가 관세’ 부과 때 한국의 수출이 장기에 걸쳐 75% 감소하고 수입은 181%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RCEP 체결 이후엔 수출 감소폭이 22%에 그치고 수입량은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국내총생산(GDP)은 RCEP 체결 이전엔 25% 감소하지만 체결 이후 오히려 16%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의 RCEP 참여가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1.1%의 GDP 증대 효과와 약 11억달러의 소비자복지 증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게 한경연 측 설명이다.

정재원 한경연 연구위원은 “RCEP는 한국의 산업과 무역 구조를 긍정적으로 개편해 성장 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것”이라며 “수출 주도형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선 다른 다자간 협정에도 최대한 참여하는 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RCEP, 연내 타결 가능성

중국 등 아시아 16개국이 참여하는 RCEP 협정 타결에도 탄력이 붙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통상 압박을 강화하면서다. 이날 찬춘싱 싱가포르 통상산업부 장관은 “올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RCEP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인 협상 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협정 참여국들은 지난달 30~31일 싱가포르에서 장관급 회담을 하고 핵심 쟁점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

RCEP 협상은 당초 2015년 체결을 목표로 2012년 말 시작됐다. 하지만 역내 경쟁자인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싸움과 함께 각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지연돼왔다. 그동안 쟁점은 협상국들이 상품과 서비스, 투자를 어느 정도 개방할 것인가였는데 이번 장관급 회담에서 점진적 개방을 추진하되 협정 타결을 최우선으로 삼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미국발 통상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은 역내 국가를 FTA 틀 안에 묶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RCEP 체결에 소극적이던 일본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일본이 심혈을 기울였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졌기 때문이다. 또 동맹국까지 공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일본에도 지역 경제 공동체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다는 해석이다.

◆한·미 FTA 개정은 마무리

한국의 또 다른 주요 무역협정인 한·미 FTA 개정협상은 사실상 종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개정협상 결과 문서를 산업부 홈페이지에 3일 공개했다. 미국 역시 의회 협의 등 자국 내 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협상 결과 한국 측 요구사항이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남발 방지안’이 반영됐다. 예컨대 한·벨기에 FTA를 근거로 한국 정부에 5조원대 ISD를 제기했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미 FTA를 기초로 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대신 미국이 요구했던 픽업트럭(화물자동차) 관세 유예 기간은 2040년까지로 연장됐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중요한 현안이 해소된 만큼 이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관세 협상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성수영 기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