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4일 오후 4시55분

기업인수목적회사 ‘스팩(SPAC)’의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스팩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일반 청약에서 줄줄이 미달 사태를 빚으며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상장사와 합병한 스팩들의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이자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틀 동안 일반 청약을 받은 삼성 스팩2호는 35.66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서 대신밸런스 제5호 스팩은 지난달 말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93.5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신밸런스 제5호 스팩은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이날 0.47% 내린 2125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 2000원보다는 6.25% 오른 가격이다. 지난 7월20일 코스닥에 상장한 IBKS 제9호 스팩은 이날 300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2000원) 대비 50% 올랐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스팩은 투자자들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말 상장한 한화에이스 스팩4호부터 지난 6월 초 상장한 하나금융 11호 스팩까지 7개 스팩이 일반 청약에서 미달이 났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한국 제6호 스팩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 80만 주 중 고작 3만7020주만 넘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전체 발행 주식 중 실권주가 돼 주관 증권사가 떠안은 비율이 △유안타 제3호 스팩(지난 5월 상장) 11.2% △대신밸런스 제3호 스팩(4월) 15.7% △동부 스팩5호(지난해 12월) 17.5% 등에 달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코스닥 상장 요건이 완화되면서 스팩과 합병해 코스닥에 우회상장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직격탄이 됐다.

그러나 비상장사와 합병한 스팩 주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신영스팩 3호와 합병해 지난 3월 코스닥에 입성한 스테인리스강관 제조 회사인 유에스티는 남북한 경협 테마주로 주목받으며 지난 5월 2만150원까지 주가가 뛰었다. 신영스팩 3호 주식 공모가 2000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907.5%에 달한다. 반도체 중고장비를 개조하는 러셀(5월 상장·4일 종가 2690원), 한글과컴퓨터 계열의 방산업체 한컴유니맥스(3월 상장·2780원)도 공모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스팩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장점도 다시 부각됐다. 스팩은 설정 후 3년 내에 비상장사(코넥스 상장사 포함)와 합병하지 못하면 청산절차를 밟는데, 이때 투자자들에게 원금 및 소정의 이자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공모가로 투자한 경우 손실이 나지 않는 구조다.

스팩 전문 자문사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합병에 성공한 스팩 주가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좋아졌다”며 “올 들어 스팩의 합병심사 통과율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진 것도 기대를 키웠다”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