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 70주년 9·9절 D-5, '핵없는 경제발전' 향한 '진실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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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인미답 행로 택했지만…9·9절 앞두고 북미협상 여전히 교착
"핵무력 건설에서 이룩한 역사적 승리를 새로운 발전의 도약대로 삼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총공세를 벌여 나가야 합니다.
"
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올해 맞이할 '공화국 창건 일흔 돌', 즉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언급하며 이렇게 천명했다.
핵을 발전의 '도약대'로 삼아 총공세를 벌이겠다는 김 위원장의 공언이 무슨 뜻이었는지는 이후 8개월 동안 북한이 펼친 대담한 대외 행보가 보여줬다.
올해 김정은 정권은 집권 6년간 한 차례도 열지 않은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까지 나서며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전략적 행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핵·미사일 능력을 항구적 체제 안전, 그리고 비약적 경제 발전의 토대와 맞바꾸기 위한 외교 협상의 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북한은 4월 개최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포하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남북간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천명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적대관계를 '새로운 북미관계'로 바꾼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과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 혈맹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고, 미중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심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9·9절을 불과 닷새 앞둔 지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모든 전선'에서의 '새로운 승리'는 여전히 먼 목표처럼 보인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은 실질적 이행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 상태다.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건인 제재 완화도 시야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행 과정의 핵심 초기조치인 종전선언과 핵 신고의 선후(先後)를 놓고 북미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종전선언을 통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 사이에 근본적 균열이 있는 탓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일 "올해 북한의 최대의 외교적 목표는 정상국가로 가는 기반을 닦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외교적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 진행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여전히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8월 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고 강조하지만, 협상이 답보하면서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결단했는지에 대해서마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초기조치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진실의 문'을 열고 '핵 없는 경제발전'으로 나아갈 것이냐다. 북한이 최근 내부적으로 보이는 움직임에서도 '문'앞에 선 김 위원장의 고민이 읽힌다.
그는 6월 말부터 두 달간 전국의 경제현장 30곳을 잇달아 시찰하며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책동'을 언급하고, 당·내각 등 경제주체들의 기강을 다시 세우는 데 총력을 쏟았다.
"남에 대한 의존심은 국력을 쇠퇴 몰락시키는 사약"이라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달 정론이 말해주듯, 당분간 외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경제적 자구력을 키우겠다는 신호다.
북한은 9·9절부터 올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평양에서 5년만의 대(大)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을 열며 사회적 결속 다지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선포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 북미관계와 핵 문제가 풀려야만 한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은) 제도적으로 절차를 밟아 새로운 노선을 선택했다.
이는 대외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선택한 방향성은 9·9절 전후로 이어질 외교 이벤트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첫 시험대는 우리 대북 특별사절단의 오는 5일 방북이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나 기존의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 입장에 유연성을 보이는 등 비핵화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미간 교착상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재성사나 9월 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 등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다시 진전될 동력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 특사단이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과 신뢰구축 조치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를 들고 간다면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9·9절을 맞는 외교 성과로 삼을 수 있다.
조성렬 위원은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에게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고, 이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방북이 이뤄지는 것이 낙관적 시나리오"라고 관측했다.
양무진 교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있어서 '호랑이 등'에서 먼저 내려오는 정상이 역사적 패자가 된다는 것을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 전략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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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올해 맞이할 '공화국 창건 일흔 돌', 즉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언급하며 이렇게 천명했다.
핵을 발전의 '도약대'로 삼아 총공세를 벌이겠다는 김 위원장의 공언이 무슨 뜻이었는지는 이후 8개월 동안 북한이 펼친 대담한 대외 행보가 보여줬다.
올해 김정은 정권은 집권 6년간 한 차례도 열지 않은 북중정상회담에 이어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까지 나서며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전략적 행로를 걷기 시작했다.
그동안 쌓아 올린 핵·미사일 능력을 항구적 체제 안전, 그리고 비약적 경제 발전의 토대와 맞바꾸기 위한 외교 협상의 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북한은 4월 개최된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포하며 방향 전환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판문점 선언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와 함께 남북간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천명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간 이어져 온 적대관계를 '새로운 북미관계'로 바꾼다는 데 합의했다.
중국과는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통 혈맹 관계를 완전히 회복했고, 미중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심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9·9절을 불과 닷새 앞둔 지금,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모든 전선'에서의 '새로운 승리'는 여전히 먼 목표처럼 보인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합의사항은 실질적 이행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벽에 부딪힌 상태다.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건인 제재 완화도 시야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이행 과정의 핵심 초기조치인 종전선언과 핵 신고의 선후(先後)를 놓고 북미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과 종전선언을 통한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 사이에 근본적 균열이 있는 탓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4일 "올해 북한의 최대의 외교적 목표는 정상국가로 가는 기반을 닦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외교적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 진행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여전히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 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8월 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고 강조하지만, 협상이 답보하면서 북한이 정말 비핵화를 결단했는지에 대해서마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관건은 북한이 비핵화 초기조치를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진실의 문'을 열고 '핵 없는 경제발전'으로 나아갈 것이냐다. 북한이 최근 내부적으로 보이는 움직임에서도 '문'앞에 선 김 위원장의 고민이 읽힌다.
그는 6월 말부터 두 달간 전국의 경제현장 30곳을 잇달아 시찰하며 '적대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책동'을 언급하고, 당·내각 등 경제주체들의 기강을 다시 세우는 데 총력을 쏟았다.
"남에 대한 의존심은 국력을 쇠퇴 몰락시키는 사약"이라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달 정론이 말해주듯, 당분간 외부의 지원을 기대하지 않고 경제적 자구력을 키우겠다는 신호다.
북한은 9·9절부터 올해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평양에서 5년만의 대(大)집단체조 '빛나는 조국' 공연을 열며 사회적 결속 다지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자신이 선포한 경제건설 총력 집중 노선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종국적으로 북미관계와 핵 문제가 풀려야만 한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4월 당 전원회의를 통해 (북한은) 제도적으로 절차를 밟아 새로운 노선을 선택했다.
이는 대외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선택한 방향성은 9·9절 전후로 이어질 외교 이벤트들을 통해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첫 시험대는 우리 대북 특별사절단의 오는 5일 방북이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과 만나 기존의 '선(先) 종전선언-후(後) 비핵화' 입장에 유연성을 보이는 등 비핵화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북미간 교착상태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재성사나 9월 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 등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다시 진전될 동력이 마련되는 것이다.
우리 특사단이 미국으로부터 종전선언과 신뢰구축 조치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를 들고 간다면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9·9절을 맞는 외교 성과로 삼을 수 있다.
조성렬 위원은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에게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를 주고, 이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조기 방북이 이뤄지는 것이 낙관적 시나리오"라고 관측했다.
양무진 교수는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있어서 '호랑이 등'에서 먼저 내려오는 정상이 역사적 패자가 된다는 것을 김 위원장도 잘 알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으며 문제 해결 전략으로 나아가려 한다는 징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