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의 전자수첩] 정부 주도의 엉터리 중고폰 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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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 개선점 없어
실거래가격과 괴리 큰 시세 고시 여전
가격정보 제공업체 늘렸어도 고작 15곳
실거래가격과 괴리 큰 시세 고시 여전
가격정보 제공업체 늘렸어도 고작 15곳
"대략적인 중고폰 시세정보를 제공하여 중고폰 구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탐색비용을 줄여 중고폰 거래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부담을 줄이는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정부가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시장에 대략적이지 않은 시세를 제공해 거래를 위축시키고, 소비자의 구매부담을 늘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유같지 않은 이유인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월 10일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에 개시한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는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 특히 실제 중고 거래가격보다 훨씬 높게 고시된 '듣도 보도 못한' 시세는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 개선점은 보이지 않는다.
4일 스마트초이스 중고폰 시세조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4GB) 최고등급의 평균가격은 66만3571원이다. 개설 당시 73만4500원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실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과 여전히 14만원~21만원정도 차이가 난다. 현재 같은 제품은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서 45만원~5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소위 상태가 좋은 'A급'으로 분류되는 중고 제품들이다.
오프라인 판매점도 같은 제품을 45만원~48만원 수준에 매입해 53만원~58만원에 팔고 있다. 다른 플래그십 제품도 노트8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애플 아이폰8(64GB)은 최저등급 평균 62만2857원부터 최고등급 평균 68만1286원으로 산정됐는데, 이 역시 실제 거래가격과 10만원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수도 여전히 적다. 정부는 사이트 개설 당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중고폰 업체 10곳의 판매 가격을 반영했다. 업체 수가 적은데다가 업체별로 중고폰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가격의 평균값을 냈다. '희한한' 시세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 부분도 지적을 받았지만 개설 이후 현재까지 5개업체가 더해진 게 전부다. 그래봤자 고작 15개업체다.
시세 정보가 2주에 한 번 반영된다는 점도 그대로다. 실제로 중고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때문에 2주는 너무 긴 간격이다. 소비자들의 중고폰 구매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중고폰 시장의 규모도,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가격 공개만으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중고폰 시세 조회 서비스를 보면 그렇다.
이럴바엔 차라리 거래 당사자들에게 중고폰 가격을 맡기는 편이 낫다. 중고폰 거래는 쓰던 물건을 되파는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룬다. 개인 간 합의만 있으면 어떤 가격으로든 거래가 가능하단 얘기다.
판매자와 거래자들은 스스로 시장 가격을 형성해왔고 심리적 가이드라인도 있다. 굳이 정부가 투명성을 앞세워 가격 책정에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손을 떼라. 이렇게 허술하게 하려면 더더욱.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
정부가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를 시작한 이유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시장에 대략적이지 않은 시세를 제공해 거래를 위축시키고, 소비자의 구매부담을 늘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유같지 않은 이유인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7월 10일 스마트초이스 홈페이지에 개시한 '중고폰 시세조회 서비스'는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 특히 실제 중고 거래가격보다 훨씬 높게 고시된 '듣도 보도 못한' 시세는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 개선점은 보이지 않는다.
4일 스마트초이스 중고폰 시세조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64GB) 최고등급의 평균가격은 66만3571원이다. 개설 당시 73만4500원보다 약간 낮아졌지만, 실제 소비자가 살 수 있는 가격과 여전히 14만원~21만원정도 차이가 난다. 현재 같은 제품은 온라인 중고거래 커뮤니티 '중고나라'에서 45만원~5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소위 상태가 좋은 'A급'으로 분류되는 중고 제품들이다.
오프라인 판매점도 같은 제품을 45만원~48만원 수준에 매입해 53만원~58만원에 팔고 있다. 다른 플래그십 제품도 노트8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애플 아이폰8(64GB)은 최저등급 평균 62만2857원부터 최고등급 평균 68만1286원으로 산정됐는데, 이 역시 실제 거래가격과 10만원 이상의 격차를 보인다.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수도 여전히 적다. 정부는 사이트 개설 당시 정보 제공에 동의한 중고폰 업체 10곳의 판매 가격을 반영했다. 업체 수가 적은데다가 업체별로 중고폰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다른데도 일괄적으로 가격의 평균값을 냈다. '희한한' 시세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 부분도 지적을 받았지만 개설 이후 현재까지 5개업체가 더해진 게 전부다. 그래봤자 고작 15개업체다.
시세 정보가 2주에 한 번 반영된다는 점도 그대로다. 실제로 중고폰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기 때문에 2주는 너무 긴 간격이다. 소비자들의 중고폰 구매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중고폰 시장의 규모도, 문제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가격 공개만으로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적어도 중고폰 시세 조회 서비스를 보면 그렇다.
이럴바엔 차라리 거래 당사자들에게 중고폰 가격을 맡기는 편이 낫다. 중고폰 거래는 쓰던 물건을 되파는 방식으로,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룬다. 개인 간 합의만 있으면 어떤 가격으로든 거래가 가능하단 얘기다.
판매자와 거래자들은 스스로 시장 가격을 형성해왔고 심리적 가이드라인도 있다. 굳이 정부가 투명성을 앞세워 가격 책정에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손을 떼라. 이렇게 허술하게 하려면 더더욱.
이진욱 한경닷컴 기자 showgun@hankyung.com